[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개성공단 출입차단 64일째.
남북당국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입주기업들의 속절없는 호소만 애절하게 들리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북한이 제의한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불허한 데 대해서도 "공단 정상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두달쨰 중단..기업들 다 죽는다"
"국내공장이 따로 없어서 거래처들과 관계가 다 끊겼어요. 개성공단도 금강산처럼 시설 압류당하고 장기간 폐쇄될까 걱정이에요."
개성공단에서 바지와 오리털 잠바를 만드는 A 의류봉제업체는 국내 공장이 따로 없어서 64일째 수익이 전혀없다. 그러나 대출금과 이자는 꼬박꼬박 갚아가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대출금과 이자 같은 금융비용 중 경협자금 외 일반은행 대출은 납부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가슴속에 담긴 할 말이 많아 부글부글 끓는다"고 호소했다.
A업체의 개성공단 주재원과 물류 담당 기사 8명은 집에서 쉬거나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주재원 9명 중 8명이 집에서 쉬거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특히 물류를 담당했던 두 사람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류업체인 B사도 한국에 공장이 따로 없어서 64일째 일을 못하고 있다. B업체 대표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그는 "대출을 받아서 집에서 쉬는 개성공단 주재원 3명에게 6월까지는 월급을 줄 수 있지만 회사 수익이 세달간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책임질 수도 없기에 6월 이후에는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처들은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했으나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모르겠다"며 "개성공단 중단이 두 달이 넘어 기업들이 다 죽어간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C 전자업체 관계자는 공단에 두고 온 자동화설비 고장을 걱정했다.
그는 "전자부품을 만드는 자동화설비는 사람이 온도와 습도 조절을 계속해줘야 고장이 나지 않는다"며 "곧 장마철인데 공단을 떠나올 때 창문을 잠그고 나와 공장 안의 온도와 습도가 높아져 고장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C 전자업체는 개성공단 외에 남한에도 공장이 따로 있어 인원을 충원해 철야 작업을 이어가지만, 그래도 주문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전경 (사진제공=통일부)
◇ "정부, 적극적인 정상화 의지 보여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이 제의한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제의에 대한 정부의 불허에 불만을 표시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남북간 기 싸움을 보면 답답하다"며 "정부가 북한의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 제의에 못 이긴 척 하고 승인했으면 개성공단을 열 수 있는 기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개성공단 정상화가 그 어떤 금융지원 보다 절실하다"며 "융통성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문했다.
C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중소기업 보호를 강조하는 데 바로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며, 빠른 시일 내 공단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입주기업들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중소기업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개성공단의 중소·중견기업에는 왜 신경을 안쓰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당국간 회담이 우선이라는 조건만 내세워 북한의 6.15공동행사 개최 제의를 거부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지난달 22일 6.15 공동선언 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함께 열자고 남측위원회에 제안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5일 남측위원회의 개성공단 방북 불허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북한에게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접촉하지 말고 남북 당국간 대화에 먼저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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