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임효정기자] 정부가 대규모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은행(024110) 지분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기업은행의 주가가 현저히 낮아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이른 시일 내 매각은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 50%+1주 남기고 블록세일 매각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날부터 5일동안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에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한다.
이번 IR는 논딜 로드쇼로 투자유치나 발행 등을 위한 성격은 아니지만 잠재 투자자들의 반응을 미리 탐색해 볼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
기재부 국장급 관계자가 이번 IR에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실상 정부가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투자자를 모색하는 자리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정부(기재부)가 지분 65.4%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이 각각 8.9%, 2.3%, 기타지분이 23.7%다.
정부의 목표는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0%+1주 이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머지 지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적정 가격으로 블록세일(대량매매) 하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기업은행 매각 대금으로 1조7000억원을 잡아놨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추경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에서 50%만 남기고 매각하면 (기업은행 매각대금이) 1조7000억원 정도 된다"며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나고 주식시장 여건도 좋아져 1조7000억원 정도의 세외수입은 들어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환수 경영전략본부장 등 기업은행 IR팀은 이번 기회에서 기업은행의 자산·수익성·건전성과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홍보, 지분을 사들일만한 다양한 해외 기관투자자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IR에는 정환수 경영전략본부장과 함께 기재부 국장급이 동행했다"며 "매각 규모와 시기 등은 정해진 바가 없지만 올해는 어느 때와 달리 정부의 지분 매각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번엔 팔릴까..금융권 '글쎄'
그러나 금융권에선 단기간 내 기업은행의 지분 매각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 주가와 세외수입 목표치를 봐서는 당장 매각 작업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50%를 남긴 지분을 매각해 세외수입 1조7000억원을 올리려면 최소한 주당 1만5000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기업은행 주가는 1만2000원 안팎이다. 블록딜에서 할인율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현주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경기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기재부에서도 이 때문에 기업은행의 지분매각 시기를 '경기가 살아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도 이번 IR에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IR은 투자유치 목적이 아닌 통상적인 활동으로 봐야한다"며 "정부의 매각 의지를 알리고, 해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지분 매각은 그동안 현실화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기업은행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번번히 매각에 실패했다. 주가가 2만원이 넘은 2011년에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다 매각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다른 연구원은 "기업은행 지분 매각은 헐값매각 등을 이유로 여러차례 실패했다"며 "향후 실적이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2만원선까지 회복하려면 1년은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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