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머리로는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알지만 마음속에서는 '80살 정도면 죽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생애설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사진)은 1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든 사람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을 전환하는 에이지 포지티브(Age Positiv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지지 포지티브..정부가 나서 인식전환 나서야"
박 소장은 "현실적으로 100세까지 살 수 있고 이미 여성의 평균수명은 50세를 넘었지만 우리는 태어난 이후 교육, TV 등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 70~80세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 인식부터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삶의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현실을 반영해 바꿔서 생애 전반에 대해 설계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과 과정에 넣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직장생활에서도 집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에게 정년연장을 강요하기에 앞서 노년층 인력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고, 우리나라의 연공서열식의 경직적인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가 많을수록 급여를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연공서열식 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되면 기업에게 100%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며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서비스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지금같은 구조로 가면 고령자들은 주변부 일자리에 머물게 될 확률이 높다"며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만들고 기존의 일자리를 고급화해서 근로의욕을 가진 고령층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2세대 은퇴연구소장..질적 성장 이뤄야"
박 소장은 1968년생으로 국내 은퇴관련 연구소 수장 중 가장 젊다. 그는 스스로를 '2세대 은퇴연구소장'이라 칭했다.
박 소장은 2000년대 중반 1세대 은퇴연구소장들이 우리사회에 '은퇴'라는 화두를 던져 관심을 촉발시켰다면 이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은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재무와 비재무 영역간 균형이 맞지 않고,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해야 할 일을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해외 사례를 적극 수용하고 전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달 말 영국 '에이지 유케이(Age UK)'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Age UK는 영국의 고령자 회원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단체다. 영국에서 고령인구와 은퇴자들을 위한 복지, 인권, 서비스사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 중 하나다.
박 소장은 "영국 등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와의 제휴를 통해 그들이 축적해 놓은 노하우를 배워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가공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Age UK를 포함해 최소 3개국과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 오는 2020년 아시아 최고 은퇴연구소를 목표로 은퇴 관련 서비스 전반의 질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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