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금값이 올 2분기 23% 하락하면서 역대 최고 분기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소폭 반등했지만 추세적인 금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2년간 금을 매입해온 한국은행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8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68.3달러(5.29%) 하락한 1223.7달러에 마감했다. 30일(현지시간) 금값은 전 거래일 대비 1.55% 반등했지만 여전히 201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1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값, 추세적 하락세 이어질 것"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 투자 매력이 떨어진데다 세계 금 소비 2위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금값은 단기간 내 곤두박질쳤다.
지난 4월 이후부터 매도세가 집중된 가운데 올 2분기만 23% 급락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연말께 금 가격이 온스당 1200달러까지 하락하고 내년에는 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 및 주식시장 강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 및 안전자산으로써의 금의 장점이 축소된 영향”이라며 “패닉국면을 넘어 자포자기 국면으로 진입하며 투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락 심리가 워낙 강해 금 가격의 반등을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 2분기에 비해 투자 수요 이탈 속도가 상반기와 같은 속도로 진행되긴 어려워 하락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추세적인 약세 흐름은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제공=뉴스토마토)
◇한은 “금값 하락 우려, 여전히 기우”
금값 하락 뉴스는 최근 금 비중을 늘려온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불편한 소식이다. 한은은 금 가격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손익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평가손실이 지속적으로 불어나면 장기 투자 능력의 신뢰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11년 7월 12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금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104.4톤 규모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한은이 매입한 금 시세는 온스당 1600달러대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평가손실은 불가피하다.
한은 관계자는 “금값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현재 평가손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장기적 투자관점에서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은 크게 신경쓸만한 요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같은 장담과 달리 월가의 대형 IB들은 앞 다퉈 금 예상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는 3개월 이내 금값이 온스당 1150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도 내년 말 예상 금 가격을 온스당 105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이익 목적이 아니라 먼 훗날까지 바라본 외화 보유 운용 원칙에 따라 금을 매입해왔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서 금값 하락에 따른 국고유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 매입 시점이나 매입 수량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며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금 매입에 나섰다는 한은 입장과 달리 추세적인 금값 하락을 예견치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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