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주민 반발은 여전
2013-07-09 14:51:45 2013-07-09 14:54:5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가 송전탑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주민이 요구한 우회송전과 지중화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015760)은 한달 넘게 중단했던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주민은 전문가 협의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새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8일 전문가 협의체와 한전측 위원들은 그동안의 협의를 바탕으로 밀양 송전탑 공사 관련 최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주민이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주장한 우회송전과 지중화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백수현 전문가 협의체 위원장은 "우회송전 기술이 어렵다는 의견이 5명의 위원에게 지지를 받았고, 위원장도 동의한다"며 "5명은 한전측 3명, 여당과 주민측 각 1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5월29일 밀양 송전탑 공사가 주민 반발로 파행을 겪자 송전탑 건설의 대안을 찾자며 전문가 협의체 구성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각자의 추천으로 9명의 위원을 선임하고 40일간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우회송전과 지중화 문제를 비롯 다른 대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협의체 활동 기간에는 공사도 일체 중단했다.
 
◇5월29일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대안을 찾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전문가 협의체 활동이 끝난 시점에서도 주민은 계속 반대다.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우리가 정부에 요구한 건 우회송전과 지중화 등의 기술적 불가능에 관한 구체적 증거와 공사 전반의 자료"라며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자료는 한전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 짜깁기한 내용 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협의체 운영 후 한전측 위원들이 낸 보고서도 기존 한전 자료를 베낀 것이기 때문에 이번 최종보고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전도 반대대책위 주장에 반박했다.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때 양측은 협의체의 어떤 결정에도 따를 것을 약속했는데 주민이 이제 와서 딴말을 한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는 밀양 주민이 요구대로 공사도 멈췄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지중화 문제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애초에 전문가 협의체도 주민이 하자고 해놓고서는 이들의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건 님비(NIMBY) 현상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측 위원들이 기존 한전 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고서를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림과 도표 등을 인용한 것"이라며 "주민은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자고 해놓고 기술적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전문가 협의체 위원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오히려 그들을 이해시키는 게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원전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달하는 송전탑(사진제공=뉴스토마토)
 
전문가 협의체 활동이 종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된 셈이다. 오히려 협의체의 결정을 주민이 거부해 공사가 또 파행을 겪게 되면, 이번에는 주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는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협의체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한전측, 여·야 의원측, 반대대책위측이 공동으로 최종보고서를 내기로 했지만 야당과 반대대책위가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반쪽 보고서가 됐다.
 
특히 40일 동안 9명의 위원이 함께 모여 밀양 송전탑 문제를 논의한 것은 6회 정도밖에 안되고, 현장 점검도 부족해 협의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최종 결정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9일과 11일에 각각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전문가 협의체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최종 권고안을 내기로 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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