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끼리 `맞짱토론'을 하도록 해 그 결과를 증권사별 주식 물량 차등 배정에 반영할 것으로 보여 증권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국민연금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증시 투자전략과 업종별 대응 방안과 관련해 의견이 다른 애널리스트 3∼4명을 동시에 불러 맞토론을 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증권사가 60개가 넘는 상황에서 업종별 애널리스트가 20명씩만 된다고 해도 전망을 한 번씩 들어보려 해도 한 분기가 모자랄 정도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맞토론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의 논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서로 의견이 다른 애널리스트 3∼4명을 불러 동시에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에 따라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증시전망을 한 쪽으로 요약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등이 복수의 애널리스트를 불러 의견을 들은 적은 있어도 국민연금이 애널리스트 맞토론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금융자산 230조원으로 세계 국부연금펀드 중 3위인 국민연금의 주식보유액이 약 28조원으로, 국내 전체 증권사 법인영업 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이 방식을 도입하면 업계표준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각 증권사의 주가전망과 업종.기업별 실적 추정치 등 애널리스트 서비스와 매매 정확도 등을 토대로 3개월마다 평가하는 증권사들의 등급을 매길 때 애널리스트 토론 결과도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S, A, B, C, D 등급으로 나뉘는 증권사들에 주식 거래 물량을 차등 배분해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증권사를 평가할 때 리서치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엄청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맞토론이 이뤄지면 증권업계 전체의 리서치 역량이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리서치는 차분하게 글로 표현해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데 토론을 통해 분석 능력을 평가한다면 결국 말재주가 좋고 순발력이 뛰어난 애널리스트가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며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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