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에 전력난, 송전탑까지..엎친데 덮친 `무기력 정부`
2013-07-10 15:56:18 2013-07-10 15:59:2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원전비리와 여름철 전력난, 밀양 송전탑 사태. 에너지관리 분야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 요즘에는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맞은데 또 맞고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건 '에너지 시설 안전관리 강화'와 '안정적 에너지수급 구조'가 빈말로 그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족이 표면화돼 다른 국정과제 추진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원자력발전소다. 지난 5월말 터진 원전 불량부품 사건은 대형 원전비리로 연결돼 한국수력원자력 전 사장 구속까지 이어졌다. 한수원과 한국전력(015760)기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기관의 신뢰도도 바닥이다. 원전비리의 끝은 물론 가동을 멈춘 원전이 언제 발전을 재개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10일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동현황(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전력난도 골치다.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전 가동 중단으로 예년보다 전력공급도 부족하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전력경보가 무려 13번이나 발령됐다. 정부는 급한대로 가정과 산업계에 쥐어짜기식 절전대책을 강조하지만 언제 또 2011년 9·15 정전 같은 비상사태가 올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수도권 전력공급과 밀양 주민 재산권 문제가 겹친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정부는 아무 손도 못 쓰고 국회 권고안만 기다리게 됐다. 한전과 밀양 주민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전문가 협의체까지 꾸려 대안을 찾으려 했지만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파행으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는 절약 시스템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확대되도록 대책을 세우고 근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에너지관리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3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하지만 현재 산업부는 답을 못 내는 상황이다. 원전비리는 이미 검찰로 수사가 넘어갔고, 전력난도 절전대책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안 보인다. 밀양 송전탑 역시 희망을 걸었던 전문가 협의체가 성과를 내지 못해 국회 판단에 의지하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관리 정책에서 산업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관련 이슈가 터져서 정신이 없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부터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꼬인 실타래처럼 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답답한 입장을 설명했다.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을 첫손에 꼽는다. 원전 사고가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고 전력난이 하루 이틀 나온 말이 아닌데 지금껏 미봉책만 썼고, 밀양 송전탑 사태도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밀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5월에 내놨던 13개 보상안은 밀양 주민의 화만 부추겼다"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사업일수록 빨리빨리, 시간과 돈을 아끼며 일을 끝내겠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에너지 구조 선진화를 강조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보다 알맹이가 없다"며 "국가 지도자의 에너지관리 밑그림과 위기해결 철학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행정부가 만들 정책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경상남도 밀양시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밀양 주민이 갈등을 겪고 있다.(사진제공=전력거래소)
 
이에 따라 원전비리와 전력난, 밀양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정부가 어떤 게 힘을 쓰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관리 정책 문제는 구조적이고 다른 정책 사안까지 파급효과가 크다"며 "이를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받고 다른 국정과제 추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아예 정책을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가  정책방향을 똑바로 잡고 추진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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