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10일. 웅진에너지와 오성엘에스티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올랐다. 사실상 시장으로부터의 퇴출 선언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한때 중기의 표본으로까지 불리던 주성엔지니어링도 태양광에 잘못 발을 들여놨다가 최근 수년간 실적에 발목이 잡혔다.
넥솔론, 신성솔라에너지 등 여타 군소 태양광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불황의 긴 터널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생존이 목적이 된 상황.
대기업도 그늘을 비켜가지 못했다. 국내 태양광의 상징인 OCI가 침체기를 보내고 있으며, 한화솔라원은 모그룹 덕에 버티는 구조로 추락했다. 국내 태양광의 현주소다.
이들의 경영환경이 시장 퇴출을 논할 만큼 극도로 악화된 데는 무엇보다 해당기업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장밋빛 환상에 젖어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은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더욱이 업황에 대한 치밀한 사전점검과 분석, 전망이 부재했던 탓에 대응책 하나 변변히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 스스로 감내해야 할 몫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들에게 화살만을 돌릴 수는 없다. 말뿐인 정책만을 쏟아내며 방관자로 전락한 정부, 특히 철 지난 원전 지상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거 지향적인 사고는 태양광의 가장 큰 적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재임기간 내내 녹색성장의 외침이 온 나라를 울렸다.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던 결과는 처참했다. 녹색성장은 차치하고 관련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붕괴됐다. 이들로부터 흘러나오는 하소연과 원망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됐다. 누구 하나 책임을 논하지도, 자처하지도 않는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들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삼성이, LG가, 현대중공업이 일부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현명할 정도다. 시장 개척자로 나설 용기는 없는 듯하다. 다들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을 꼽았지만 주저함만 남았다. 시장이 형성된 뒤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폭풍을 온 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다름아닌 중소기업들이다. 정부가 무책임한 방관자로 돌아서고, 대기업이 잇속에 저울질할 때 이들은 태양광의 미래를 눈에 담았다. 그 대가는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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