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장애인 시스템 구축 '울며 겨자먹기'
2013-07-19 06:45:00 2013-07-19 06:45: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증권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장애인들을 위한 웹서비스 구축을 위해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집행하자니 회사 사정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모른척 하자니 정부의 눈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눈치보기를 하던 증권사들은 최근 하나 둘씩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업황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극소수'의 고객을 위해 수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게 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시행됨에 따라 장애인들이 증권사 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 없이 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트레이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하지만 장차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시스템을 구축한 증권사들이 몇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강제 이행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현재 홈페이지를 구축한 곳은 KDB대우증권(006800)삼성증권(016360)·한화투자증권(003530)·하이투자증권·HMC투자증권(001500)·SK증권(001510)·NH농협증권 등이다. 
 
나머지 다른 증권사들은 올해 내 오픈을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다보니 서로 눈치를 보다가 웹서비스 인증을 받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서 편의를 받는 고객들이 몇이냐 되냐는 논리다. 현재 증권사들은 장애인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세금우대 상품 우대를 받기 위해 계좌를 개설할 때 관련 정보를 적는 곳이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 중 장애인 고객이 몇 명이나 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고객이 적은 증권사들의 경우 장애인 고객의 비중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증권사들은 말 그대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거래량이 급감한 데다 상품 판매도 부진하다. 여기에 채권시장까지 얼어 붙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중 국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반타작했다. 전년 대비 43.9% 급감했으며, 15개 증권사는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역시 전망이 어둡다. 삼성증권은 7개 증권사(KDB대우·한국투자·현대증권·미래에셋·대신·동양·키움증권)의 1분기 추정 당기순이익 합계가 55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영 비밀 보장 문제로 인해 정확한 비용을 알리기 꺼려하지만 웹 서비스 인증을 받기 위한 시스템 개발비로 억대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고객이 중요하긴 하지만 최근 수익을 1억 내기도 어려워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1~8억원 이상 드는 비용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증권사 입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차법 법안이 공표된 지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업황 악화로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권고 기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누구나 통장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자금을 집행해서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겠지만, 상대적으로 증권사의 경우 숫자가 많고 차트 위주여서 이용 빈도가 낮다보니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