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대비 24%였던 나 홀로 가구 비중은 2020년이면 30%까지 늘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책은 4인 가구 기준에 맞춰져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새로운 가족·경제·부동산 정책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1인 가구가 살아가는 모습, 그들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을 통해 나홀로 가구 시대의 모습을 그려보고, 주거 마련과 노후 불안에 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들을 고민함으로써 1인가구 시대의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차모씨(여·33세)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원룸에서 혼자 산다. 대구가 고향인 차씨는 직장 때문에 수원에 올라온지 9년째다. 퇴근 후 검도학원에 다니고 2∼3개월에 한번 여행을 떠나며 휴식을 취한다. 정기적으로 영어모임에 나가는 등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이다. 4년째 사귀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 결혼할 마음은 없다. 솔로 인생을 더 즐기고 싶어서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이 육아와 살림 이야기를 할 때는 부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 곧 40대가 되고 계속 혼자 살다가 은퇴하면 어떻게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지 걱정돼서다.
차씨와 비슷한 유형의 삶을 살고 있는 1인 가구, 이른바 `나홀로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나홀로족은 개인생활 보장받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므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안감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통계청과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 전체 가구(1431가구) 대비 15.5%(222가구)였던 1인 가구는 10년새 23.9%까지 올랐다. 이 시기 전체 가구 증가율은 1.9%였지만 나 홀로 족은 6.4%나 증가했고, 2030년에는 32.7%까지 늘 전망이다.
◇가구원별 가구 수 추이(자료제공=산업연구원)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개인주의와 자아실현 욕구,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전통적인 결혼관이 사라지고 있다"며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차씨는 자유롭고 개성 있는 삶을 나홀로족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그는 "10년쯤 혼자 살면 외로운 것도 즐기게 된다"며 "남편이나 시댁, 아이들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나의 행복만을 위해 무엇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1인 가구 장모씨(남.35세)는 "회사 동료들이 자녀 문제로 스트레스받거나 몇 년 동안 기러기 아빠로 사는 걸 보면 결혼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며 "누구나 다 골치를 앓는 자녀교육 문제를 겪지 않고 개인생활을 충분히 보장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장씨는 현재 20㎡ 정도의 작은 원룸에서 혼자 산다. 혼자 살기 때문에 따로 아침밥을 차리지 않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출근하며 아침을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종종 영화도 본다.
그는 "혼자 살며 불필요한 걸 많이 줄이는 습관이 생겼고 당장 필요한 건 렌탈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늘 재미있게 살아야 나이 들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에 만족했다.
◇연령별 1인 가구 분포도(자료제공=통계청)
불과 10년 전만 해도 1인 가구는 주위로부터 무슨 문제가 있어 결혼을 못한 사람들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데다 결혼에 따른 경제적 안정보다 개인의 정서적 행복을 중요시하게 돼서다.
그러나 자유롭고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며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나홀로족의 가장 큰 고민은 역설적이게도 노후의 경제적 안정이었다. 차씨와 장씨는 현재 가장 큰 걱정과 고민으로 '나홀로 삶에 대한 회의와 은퇴 이후의 삶'을 꼽았다.
차씨는 "나이 먹어서 빈곤과 외로움을 안 겪으려면 그만큼 돈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수입의 절반 넘게 저축하지만 노년에 갑자기 큰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 걸 생각하면 돈을 더 모아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장씨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만 서울에 내 집도 없이 혼자 빨래하고 식은 밥 먹을 때면 가끔은 이게 내가 바라던 싱글라이프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정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인 이상 다인 가구보다 자가보다 월·전세 비율이 높았다"며 "소득수준과 저축 여력이 낮은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1인 가구의 소득수준과 취업상태 등을 살펴보면 1인 가구 빈곤화 현상이 뚜렷해진다"며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족 가치관이 변하면서 1인 가구의 증가세는 계속될텐데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사회보장제도 개선방안과 사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는 소득원이 많은 다인 가구나 자식이 있어서 노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혼 가구에 비해 노후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나 홀로 족의 경제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대규모 빈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경제적 특성비교(자료제공=통계청)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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