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 순유입이 8거래일째 지속되며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아 돈 구하려는 사람은 아우성인데 정부로 지원받은 은행들은 대출은 고사하고 자금을 MMF에 묶어두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몸사리기가 시중 자금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8일 자산운용협회는 22일 기준으로 MMF로 874억원이 순유입되면서 8거래일째 순유입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1월 들어서만도 순유입된 자금은 20조558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MMF 설정액은 109조1508억원으로 커지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올 한해만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0조여원의 중기보증에 나서는 등 80조원의 돈을 풀기로 했다. 지난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으로 투입했던 55조원보다 45%나 늘어난 액수다.
실물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가계와 중기대출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행을 통해 푼 200조원을 넘는 돈은 실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넘치는 돈을 MMF와 같은 안전자산에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금리는 연 2% 초반, 머니마켓펀드의 수익률은 이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은행들에 저리로 빌린 돈을 놓고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확대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문이 꽁꽁 막혀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중소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3조8000억원 줄어든데서 은행들의 대출이 얼어붙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중기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출을 더욱 꺼리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좋은 중소기업은 오히려 대출받기를 꺼리고 있다”며 “MMF에 흘러 들어간 돈은 대출 수요처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혈세인 자금을 지원받는 은행이 자기 몸 챙기기에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크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당장 어려운 기업들을 도와줄 생각보다 주판알만 튀기며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보가 지금 상황에 맞느냐”며 “경기가 침몰되고 있는데 신용도가 좋은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의 안일한 방침이 은행의 모럴해저드를 키웠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은 은행에 대한 경영상의 간섭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중소기업과 서민 등 실물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정부산하 은행 6곳만 1차로 자금지원을 신청했다.
한쪽에선 냉기로 얼어붙었고 한쪽에선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가 초래되는 등 자금시장의 왜곡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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