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운업 시황 회복이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높은 선박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2015년 이후에나 소폭 회복 후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L자형 회복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선주협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금융업계에서 본 해운시황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대진 산업은행 박사는 '2013년 해운시황 분석 및 향후 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해운 시황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과잉 부담으로 앞으로 1~2년간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2015년 이후 L자형의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해운업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김 박사에 따르면 세계 해상 물동량은 2002년 62억9300만톤에서 2012년 92억9700만톤으로 연 평균 4.0% 증가한 반면 선복량은 2002년 8억3290만DWT에서 15억3370만DWT로 연평균 6.3% 증가했다.
올해도 선복량 증가율(6.0%)은 물동량 증가율(3.9%)에 비해 높아 선박 공급 과잉이 지속될 예정이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컨테이너선은 지난 2009년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이후 공급 과잉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연비를 낮춘 1만TEU 이상 초대형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과잉 현상 회복이 더딘 상태다.
컨테이너 물량은 2010년 이후 중국 비중이 커지면서 현재는 전 세계 물량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벌크선은 해상물동량과 선복량 증가율이 동반 하락하며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악화와 불황 장기화로 선가는 바닥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10만 톤(DWT) 이상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의 경우 신조선가는 2009년 6730만달러에서 올 7월 4700만달러로 30.2% 하락했고, 같은 기간 파나막스는 27.7%, 수프라막스는 26.1%, 핸디는 22% 가격이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신흥국 실물경기 둔화 확대로 용선료도 2009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된 탓이다.
이에 따라 벌크선 선대 증가율은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한 자릿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낮은 선가로 인한 벌크선 발주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15년 이후 다시 선박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박사는 "향후 물동량 증가 및 선복량이 축소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급속한 운임증가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라며 "2015년 이후 시황회복 시 살아남은 상위 선사들을 중심으로 승자독식 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운시황 전망' 세미나에서 김대진 산업은행 박사는 “2015년 이후 L자형의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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