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열린 프로-아마최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팀 감독들과 선수들. (사진제공=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촉박하게 바뀔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프로농구협회(KBL)의 경기 시간 확대에 대해 프로농구계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수도권 모 프로농구단 관계자는 17일 "구단 입장에서 얘기하면 엔트리 확대나 그런 것도 필요하고 지금 선수층으로는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KBL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19기 정기총회 및 제2차 이사회를 열고 "2014~2015시즌부터 한 쿼터 12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경기 시간을 40분에서 48분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프로농구 출범 17년 동안 크고 작은 룰 개정은 있었지만 경기 전체 기틀을 바꾸는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
◇NBA와 CBA는 KBL과 상황 달라
각 구단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결정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 나오고 있다. 얇은 선수층에 48분 경기까지 진행하면 리그 막판 경기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KBL은 2군 선수들이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현재 KBL 10개 구단 중 2군을 보유한 구단은 단 3개 구단(KCC, KT, SK) 뿐이다.
국제농구연맹(FIBA)에 소속된 국가들의 리그 중 한 쿼터 12분씩 총 48분의 경기를 치르는 리그는 미국(NBA)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NBA는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효과를 위해 의무적으로 작전타임을 불러야 하는 등 자체적인 보완책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과 함께 시장 규모 자체도 KBL의 지금 취지와 비교하기 어렵다.
NBA는 2부 리그 개념인 D리그 팀만 17개 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있어 언제 어느 선수가 나와도 볼거리는 걱정 없다는 평가가 따른다.
아시아에서는 농구 강국인 중국(CBA)이 한 쿼터 12분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중국은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며 팀 당 경기 수도 32경기다. 인구와 농구 열기를 비교했을 때 경기 시간 자체가 길어도 KBL의 경기 일정 보다는 여유 있다. KBL의 6라운드 54경기가 상대적으로 빡빡하다는 주장이 항상 제기된 이유다.
농구강국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리그에서는 이처럼 국제 룰을 벗어나 한 쿼터 12분으로 경기를 하는 곳이 없다.
한 농구관계자는 "변화에 따라 진통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이렇게 바꾼다는 발표가 조금은 놀랍다"고 말을 아꼈다.
◇수비 룰은 국제대회, 경기 시간은 미국농구?
지난 2012~2013 시즌 KBL은 국제대회에 초점을 맞춰 룰을 바꿨다. '수비자 3초룰'을 폐지하며 지역방어를 허용했다. 수비자 3초룰은 수비자가 골밑 페인트존에서 3초 이상 머무는 것을 금지하는 룰이다.
NBA와 KBL에만 있는 이 룰 때문에 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를 택했다.
그랬던 KBL이 내년 2014~2015시즌 NBA의 한 쿼터 12분 도입을 선언했다는 것에 현장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구단 감독은 "지금도 시즌에 들어가면 부상자가 많이 생기는데 경기 시간까지 늘리면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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