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업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이집트와 시리아 등 중동발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했음에도 완제품인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며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6865억원과 48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였던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95%, 영업이익은 23.49% 증가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18%, 영업이익은 무려 44.79% 감소하는 수준이어서,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S-Oil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8909억원, 25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13.14%, 영업이익은 155.4%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50.92% 감소하며 반토막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대신증권은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590억원)보다 75% 늘어날 전망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2480억원에 비하면 반토막을 넘는 수준이다.
이와 반대로 업계 2위인 GS칼텍스만 유일하게 지난해 수준과 유사하거나 영업이익 감소폭이 작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했다.
대신증권과 NH농협증권은 GS칼텍스 3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2553억원과 2978억원으로 제시했고, 유진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은 3334억원과 3470억원을 예상하며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3238억원)과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정유업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였던 2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7·8월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포함돼 있어 3분기는 소위 휘발유 소비가 급증하는 성수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수급사정은 지난해만 못하다는 게 관련 업계와 증권업계의 공통된 기류다. 중동발 리스크로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정작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반대 현상이 지속된 게 컸다.
실제 올 3분기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7월1일 배럴당 99.22달러에서 9월30일 103.58달러로 석달새 4.4%나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 가격은 113.47달러에서 110.4달러로 2.7% 감소하며 정제마진을 떨어뜨리는 복병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휘발유의 수요 부진과 그에 따른 가격 약세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귀결됐다는 설명.
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가격도 함께 오르는데, 올해는 시리아 등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경기 침체로 휘발유 소비는 부진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지난 2분기 정기보수에 들어간 글로벌 업체들이 3분기부터 가동률을 정상화하며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도 휘발유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 표면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면서 "3분기 들어 휘발유 가격이 소폭 내리면서 정제마진도 덩달아 하락해 성수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혹독한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