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명 유죄의 덫’과 ‘윤석열 탄핵의 늪’
2024-11-28 06:00:00 2024-11-28 06:00: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유죄의 덫’에 걸렸다. 이 대표는 다음날 민주당 주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발언은 전략상 치명적인 실수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라는 명언처럼, 죽겠다고 하거나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으면 진짜 사는 생존율이 높아졌을 것인데 반대로 말하는 실수를 보였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정신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초월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말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말한 저의는 뭘까? 선고 이후 이 대표의 태도를 볼 때, ‘탄핵의 늪’에 빠진 윤 대통령을 더욱 옥죄거나 법원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서 살아보겠다는 것보다는 윤 대통령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생존방식을 선택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왜냐하면 이 대표는 ‘윤석열 탄핵의 늪’을 앞세워 ‘이재명 유죄의 덫’을 덮어보겠다는 기존의 전략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대표는 명태균 녹취록 공개에도 불구하고, 탄핵 여론은 크게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략수정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주도한 지난 9일 집회의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1만5000명, 일주일 전보다 2000명 줄었다.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 여론이 불붙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 핵심에는 대통령 탄핵으로 반사이득을 볼 이재명 대표가 있고, 민주당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는 걸 국민 다수가 좋지 않게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분석을 보고 있는 윤 대통령도 어떻게 반응해야 자신에게 유리할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윤석열 탄핵’을 앞세워 자신의 유죄를 방탄할수록 윤 대통령도 ‘이재명 유죄의  덫’을 앞세워 ‘윤석열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탄핵’도 물건너 간다. 결국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발언은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함께 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 대표의 이 말은 대한민국 정치를 ‘이재명 유죄의 덫’과 ‘윤석열 탄핵의 늪’이라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상당기간 빠뜨리겠다는 말과 같다.
 
이 대표가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정신을 선택했더라면 선거법 1심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독립성을 겸허하게 존중하는 표시로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는 결단을 보여줬을 것이다. 당연히 ‘윤석열 탄핵집회’도 민주당과 야당 주도가 아닌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주도권을 넘겨줬을 것이다. 지난 ‘박근혜 탄핵’이 성공했던 이유는 시민사회단체 주도라는 점에서 민주당주도의 ‘윤석열 탄핵’과 차이가 난다.
 
특히, 이 대표가 ‘생즉사’보다 ‘사즉생’을 선택했다면, 품성이 안 좋은 호위무사들이 나서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을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의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죽습니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겁니다”라는 최민희 의원의 극언은 막았을 것이다. 또한 이 대표를 ‘신의 사제, 신의 종’에 빗대는 이해식 의원의 우상화 발언도 제지했을 것이다.
 
15일 공직선거법 1심 유죄판결에 이어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선고를 놓고 여야는 각자 원하는 대로 최종심의 승리를 꿈꾸지만, 현실에선 교착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수 국민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윤석열 탄핵의 늪’과 ‘이재명 유죄의 덫’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혼란을 키울 것이 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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