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은, 5만원권 위조 방지 기술 20년전 그대로
홀로그램 도입 이후 기술 보강 전무
2024-11-28 06:00:00 2024-11-28 08:07:2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위조지폐 범죄가 성행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위조 방지를 위한 노력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09년 발행된 5만원권에는 홀로그램 표식 등 과거 지폐에 적용된 기술 외에 별다른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조지폐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위조 방지 장치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만원권 발행 이후 기술 보강 없어
 
<뉴스토마토>가 27일 정태호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009년 6월23일 5만원권을 최초 발행한 뒤 위조 방지 장치(기술)를 한 번도 보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존 1000원·5000원·1만원권에 대한 위조 방지 기술 보강이 4~7년 주기로 이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1000원권은 1975년 최초 발행된 후 두 차례, 5000원권은 1975년 첫 발행 후 네 차례, 1만원권은 1973년 발행 후 다섯 차례 위조 방지 기술이 보강됐습니다.
 
그러나 1000원·5000원·1000만원권에 대한 기술 보강도 2007년 이후 멈춘 상태입니다. 2000년대 들어 홀로그램 표식이 적용된 것이 사실상 마지막 기술입니다. 홀로그램은 지폐를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그림 위치가 바뀌어 보이도록 한 기술로, 5만원권의 경우는 지폐 앞면 왼쪽에 띠 형태로 들어가 있습니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이전의 지폐들은 위조 방지 기술이 미비한 시기에 발행된 만큼 수차례 기술 고도화가 이뤄져왔습니다. 또한 기존 지폐에 적용된 위조 방지 기술은 5만원권에 모두 들어간 상태입니다.
 
띠형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가로확대형기번호, 색변환잉크, 숨은그림, 돌출은화, 숨어있는 문자나 문양을 비스듬히 했을 때 볼 수 있는 요판잠상, 숨은은선, 불록인쇄, 앞뒷면 맞춤, 지폐끼리 맞대면 무늬가 연결되도록 한 엔드리스 무늬, 무지개 인쇄 등입니다. 형광잉크와 형광색사, 필터형 잠상, 미세문자 등 전문가들이 식별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도 있습니다.
 
오만원권 위조 방지 장치 설명. (사진=한국은행)
 
위폐방지실무위, 유통 점검에 그쳐
 
그러나 위조 방지 기술이 더 이상 보강되는 않는 가운데 위조지폐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위조지폐는 2017년 1657장에서 2018년 614장으로 대폭 줄어든 뒤 2022년 152장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신용카드나 온라인 간편결제 증가로 현금 사용량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그러다가 지난해는 184장으로 전년 대비 21.1%나 증가했고 올해도 위조지폐를 제작·판매한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서울과 경북 구미, 안동 등지에서 3억원이 넘는 위조지폐를 제작해 유통한 조직의 총책이 필리핀에서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 총책은 5만원권을 컬러 프린트로 인쇄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를 올려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위조지폐 한 장당 2500~3500원에 총 1000매가량을 판매했습니다.
 
한국은행 위폐방지 실무위원회는 지폐 위조 방지 고도화보다는 새로운 위조지폐 유통 방식이나 지폐 특징을 점검하는 유통 방지에 초점 맞춘 활동에 그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한국은행, 국가정보원, 경찰청, 관세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조폐공사 등 개 기관 소속의 위폐담당 직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의 주체인 만큼 위조지폐 제조 기술이 발달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지폐에 적용된 위폐 방지 기술이 20년 전 기술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술 개발과 적용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입장입니다. 지폐 사용량은 줄어드는데, 위조 방지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측은 "위조 방지 장치 보강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전혀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치를 하나씩 업그레이드할지, 화폐 도안 변경 등이 이뤄질 때 한 번에 적용을 하는 것이 나은 지도 판단해야하고 비용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조지폐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20여년 전에 머물러 있는 지폐 위조 방지 장치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찰이 입수한 5만원권 위조지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