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아파트주민들만 사용할 수 있는 단지내 주차장 통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곳에서 차를 몰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보고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김모씨(33)가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에 대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면허 취소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상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 될 뿐 도로 이외의 곳을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같은 취지로 원고가 차량을 운전한 곳을 도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이 설령 원고가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것이었더라도 면허를 취소한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이는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원고가 차량을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재량권 판단에 대한 당부가 판결 결과야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2년 1월 새벽 술자리를 마치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으나 단지 내 주차장에 주차공간이 없어 대리기사에게 다른 동과 부지 경계면의 담장 사이에 있는 주차구획선 바깥 통로에 주차했다.
이후 김씨는 차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다른 아파트 주민이 김씨의 차가 통행로를 막고 있다며 깨워 차를 5m 정도 운전해 길을 비켜줬다. 그러나 김씨는 이 일 때문에 아파트 주민과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김씨의 음주운전사실이 발각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그러나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가 형태적으로 개방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불특정 다수의 통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단지 내 지역주민들이 출입과 이용을 자치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일반교통의 통행에 사용되는 장소인 도로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운전한 것이 아니어서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경찰이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도로교통법상의 도로 외의 곳에서 음주운전한 경우에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명백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형사처벌은 가능하며 아파트 단지라도 위치와 장소의 성격에 따라 도로로 볼 여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조형물 '법과 정의의 상'(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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