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국정원, 유권해석도 없이 대화록 '공공기록물' 규정
2013-10-22 11:30:21 2013-10-22 11:34:27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앞서 유관기관에 회의록의 성격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명확한 해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회의록을 '공공기록물'로 규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지난 6월24일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회의록은 공공기록물'이기 때문에 공개에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유관기관의 다른 해석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정의당) 의원이 법제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회의록 공개에 앞서 지난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보좌기관이 생산해 보관 중인 기록물 등을 일컫는다.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이지 보좌기관은 아니므로 국정원이 생산한 그록물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같은 취지의 공문을 지난 5월8일 법제처에 보내며 회의록의 성격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이후 국가기록원은 '국정원이 생산하고 보관했다면 공공기록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5월10일 회신했다.
 
다만 '회의록을 작성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에 따라 기록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고,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회의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존재한다면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돼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회의록 성격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원회는 5월21일 '정치적 현안이므로 법령해석위원회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대화록 성격을 두고 국가기록원과 법제처가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6월20일 '보관중인 문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아닌 공공기록물이다.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표를 배포했다.
 
당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도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국정원은 "비밀문서로 분류한 회의록을 일반기록물로 낮춘 뒤 공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나흘 뒤인 6월24일, 국정원은 회의록 전문에 대한 기밀을 해제하고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공개를 강행했다.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공개했다는 것이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의 설명이었다.
 
법제처는 지난달 11일 '회의록이 이미 공개됐고, 해당 기록물 공개의 적법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령해석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정원에 발송했다.
 
서 의원은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이 사실로 확인되자, 이념 논쟁을 확산시켜 국정원 개혁 여론을 물타기하고 국면을 전환할 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국가기록원(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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