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고 새 판을 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창사 60주년을 맞은
SK네트웍스(001740).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연 매출 28조원을 달성한 명실공히 국내 최대 종합상사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신흥시장의 경기 성장세마저 둔화되면서 이들 종합상사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SK네트웍스 매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모바일 유통인 E&C(43%)와 IM(27%) 등 주력부문의 정체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SK네트웍스 지난해 매출 및 사업비중.(자료=이토마토)
관계사 간 대량 거래는 양날의 검과 같아 고속성장의 날개를 달 수 있지만, 전방산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수익성이 동반 추락할 수 있는 리스크가 공존한다. 경제민주화 비판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워 눈앞의 이익만을 쫓을 수도 없다.
여기에 다양한 제품을 유통·무역하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매출은 높지만, 영업이익은 비효율적 사업구조 탓에 소위 노력보다 성과가 낮은 것도 고민거리다.
위기 속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SK네트웍스의 경영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올 3월 취임한 문덕규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항공운수, 콘텐츠 제작·유통, 의약품 수출·판매, 신용카드·금융업 등 총 15개 목적사업을 정관에서 삭제했다.
소위 ‘돈이 안 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구성원이 핵심사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초심으로도 읽혀졌다.
그 일환으로 올해 1억3000만위안에 달하는 중국 복합주유소 매각도 마무리 지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05년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정부로부터 주유소 사업권을 획득해 선양과 단둥 지역에 주유소를 설립했다.
당시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00% 외자 단독 주유소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중국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한 SK네트웍스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중국 현지법(외자기업은 중국 내 주유소 30곳 미만) 개정이 미뤄지면서 사업 확장이 여의치 않자 과감하게 주유소를 매각했다.
최근엔 영업이 부진한 터키 철강가공센터를 청산했고, 중국 하니와이 패션사업도 일사천리로 정리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지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의 결정”이라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투자 가치가 높은 신수종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다.
이런 변화는 사업구조뿐 아니라 내부 조직 구성이나 인력 재편 등에서도 심심찮게 엿볼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사업 추진의 유연성을 더하기 위해 최근 일부 관리지원 부서를 통합하고, 특정 부서명을 시장 흐름에 맞게 변경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고객의 니즈에 부합한 창의적 사업 아이템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SK네트웍스의 복합주유소다.
주유소에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 편의점, 자동차 정비소 등을 결합해 이용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 개념의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도심 곳곳에 ‘간이 휴게소’가 들어서는 셈이다.
현재 복합 패스트푸드점 10개, 커피매장 2개, 편의점 100여개,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458개에서 올해 7월 현재 550여개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자산 클린화 작업과 사업구조 최적화를 연내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면서 “향후 주력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내실 강화에 힘쓰면서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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