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일명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이 11일 종료됐다. 내년 2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그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개정안을 의식한 기업들의 자구책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내부거래 금지 규정을 적용받는 기업은 지난 4월 기준 43개 기업집단과 1519개사가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간에는 내부거래가 금지된다. 비상장사는 20%를 소유할 경우 규제를 받는다. 이를 어길시 부당 내부거래로 판명돼 해당기업은 매출액의 5% 이내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더라도, 계열사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받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총수 지분율을 줄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이처럼 나름의 강력한 규제안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기업가치나 증시에 미치는 타격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이슈인데다 갖가지 예외조항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는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적용 제외 사유를 들어 기업의 편의성을 최대로 살렸다. 예컨대 효율성 증대가 명백한 경우나, 사업상 긴급하게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미 구축된 수직 계열화 체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내부자 거래에 대해 세부 유형을 제시하면서 실제 법 적용과정에서 예외 인정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미 일감몰아주기는 오래된 이슈로,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느정도 그룹사와 계열사간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기업가치와 주가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일감몰아주기 이슈는 오너리스크와 함께 늘 제기돼왔기 때문에 시장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가치와 주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의 파장은 적겠지만 향후 기업들의 내부거래 감소에 대한 자발적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섭 SK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사주 매입, 삼각합병, 인적·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준비, 사업부양수도 등의 활동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거래법 상 내부 금지 규정 적용 대상 상장사(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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