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 정권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정국의 해법이 되지 않을까 주목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에도 여야의 대립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18일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준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첫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기존의 태도와 비교하면 다소 진전돼 보이는 발언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이 문제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현 국면을 대하는 기본 인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사태 해결의 책임만 국회로 떠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이번 시정연설을 "말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혹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정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이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여야 합의"와는 무관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당장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국정원 등 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를 놓고 충돌했다.
새누리당이 먼저 '특위 수용'·'특검 불가' 입장을 정한 뒤 이를 제안했고, 민주당은 '양특'이 패키지라며 거절했다.
이에 19일 열리는 박근혜 정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의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대선 개입 의혹에 따른 '양특' 문제는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고의 삭제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등 정치 현안 전반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정부질문을 위해 소집된 이날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강창희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연일 강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및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남재준 국정원장·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본회의 이후에 제출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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