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셋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사이 월세값이 안정세를 찾았다. 최근 공급이 급증하며 전셋집의 대체제인 월셋집의 거주비용이 하락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세입자에겐 어떤 상황이든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주택 임대 시장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있어 세입자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할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8개 시·도 월세가격은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8개월 연속 하락세다. 세입자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2개월 연속 보합세를 기록했다.
수익형 부동산 열풍으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존 주택의 집주인까지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집을 공급, 과잉공급 양상을 보이며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전셋값은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도 0.52% 오르며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다. 12월 들어서도 매주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만성 전셋집 부족에 시달리는 전세시장은 최근 집주인의 월세 전환세까지 더해지며 물건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 대치동 행운공인 관계자는 "보증금으로 대출을 갚아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요즘은 월세를 선호한다"며 "은행 이자도 시원치 않고 보증금 투자는 위험부담이 커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전세집의 대체제인 월셋집의 임대료가 공급 증가로 하락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소폭 하락한다 해도 매월 나가는 임대료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녀 양육비, 교통비, 생활비 등 많은 지출 항목에 주거비용까지 더해지며 향후 내집마련 또는 노후 대비 자금 등을 저축할 여유는 없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3분기 동안 130건의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2011년 3분기 94건보다 38.2% 증가했다. 반포자이 전용 59㎡ 20층대 아파트의 2년 전 월세값은 보증금 1억원에 월 25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억원 240만원에 실거래가 체결됐다. 소폭 낮아졌지만 직장인 한달 월급에 가까운 돈이 월세로 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 흑석동에서 반전세 계약을 체결한 A씨는 "월세가 부담스럽지만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세를 구할려면 어차피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내야한다"면서 "교통비와 시간비용이라고 위로하며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반전세를 구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을 지탱해주던 매매시장이 무너지며 전세시장도 비중이 적어지고 있다. 보증금을 활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자가 월세 수익을 상회하거나 과거와 같은 부동산활황 또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임대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안전한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과 비용 지출 부담이 없는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 사이에 불균형은 시장 불안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임대시장은 장기적으로 월세로 갈 것이고, 현재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지만 세입자는 여전히 전세를 원하고 있다"며 "전세와 월세의 구조 변화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시급히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