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오는 4월 예정된 감사와 임기가 다음달 만료되는 본부장 후속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고강도의 감사가 진행될 경우 거래소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사업들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본부장 후속 인사에는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지 거래소측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거래소에 대해 4월께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최근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이나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통상 2∼3주에 걸쳐 예산집행, 인력·조직관리 전반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000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거래소가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다시 감사원 감사대상으로 포함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거래소가 감사 대상에 포함된 만큼 거래소가 예산, 인력관리를 방만하게 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현재 진행 중인 해외기업 상장 작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모든 사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감시가 강화될 경우 올해 사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및 유로넥스트와 24시간 거래 계약을 체결해 거래활성화, 글로벌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꾀하는 전략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거래소 시스템 수출과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던 해외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원인사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부서장 인사로 내부조직 정비를 마무리한 상태지만 다음달 곽성신 코스닥시장 본부장과 우영호 선물시장 본부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첫 임원인사로 관료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본부장 인사는 이사장 고유의 권한이었지만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임명권자가 금융위원장으로 바뀌어 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미 본부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관료 출신들이 로비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자리싸움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이정환 이사장 교체설까지 나돌았지만 이사장으로 거론됐던 김모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교체설은 수그러진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정환 이사장이 현재 사퇴할 이유는 없다”며 “압박용으로 이 같은 설이 유포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조만간 맺게 될 ‘경영성과평가’를 통해 1년 후 성과가 미흡하거나 당초 목표에 미달했을 경우 이사장은 물론 거래소 임원들의 퇴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산 통제에 낙하산 인사를 통한 경영감시가 현실화될 경우 예산 삭감은 물론 핵심 사업 이외에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이래저래 거래소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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