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돌파…금융시장 '휘청'
CDS프리미엄 4.27%..외화자금시장 불안
외국인 9일간 1.5조 매도..위험회피 성향 확대
원화자산 약세 심리속 채권마저 불안
2009-02-20 18:42: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원·달러 환율이 석 달만에 150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시장을 또 다시 뒤흔들었다.
 
주가가 4% 가까이 폭락하고 채권금리도 급등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3월 위기설'을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전히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을 짖누르고 있다.
 

◇ 환율 1500 돌파…고점 미확인
 
한동안 1400원대에서 저지되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1400원을 돌파하면서 가팔라지고 있다.
 
20일 결국 1500원대를 돌파해 석 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5원이 급등해 1506원에 마감됐다.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 동안 125원이 폭등해 지난해 11월24일 1513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당국이 '3월 위기설'을 일축했고, 한은도 이날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외채무가 7년만에 줄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외화자금조달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1400원 지지 기대가 무너지면서 전 고점대를 다시 확인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고 말한다.
 
지난 17일 4%대에 도달한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전일 4.27%까지 상승하는 등 외화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동유럽발 위기 확산이 국제 신용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외화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최근 환율 급등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매수를 지속해 주가가 상승했지만 환율 저점은 오히려 높아졌는데, 이는 결국 외국인의 달러 수요가 아니더라도 공급요인이 더 크게 줄어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팀장은 "1500원대에 오른 환율이 고점대에 올라 있지만 동유럽발 신용 리스크 확산 등 대외변수가 어떻게 해결될 지에 환율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며 환율이 추가상승할 수도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코스피 지지선 이탈…1000P는 지지될까
 
비교적 잘 버텨주던 주가도 낙폭을 확대하며 최근 두 달동안의 지지선을 이탈했다.
 
다음 지지선으로 기대하는 1000포인트는 가능할까.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41.15포인트(3.72%)가 하락해 1065.95포인트를 기록하며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1080선을 이탈했다.
 
환율이 고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609억원을 매도하며 9일째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9일동안 순매도한 금액이 1조5043억원이다.
 
뉴욕증시가 저점을 위협받고,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마저 급등하자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커진 것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금융위기감이 커진 것이 원인이지만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10배를 넘어 유럽의 8~9배보다 높아 밸류에이션상에도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자 손절매성 매물을 쏟아냈다는 설명이다.
 
성 팀장은 "다음주에도 환율 안정요인이 보이지 않고, 외국인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져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원화자산 약세 심리에 국채값도 꺾였다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에 약세 심리가 확대되면서 채권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0.17%포인트가 올라 연 3.92%에 마감됐다.
 
그나마 상승폭이 컸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0.06%포인트가 상승해 연 4.77%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쳤다.
 
반면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은 0.07%포인트씩 하락했다.
 
그동안 약세를 지속했던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강했던 것은 가격 매력이 커진 점도 있겠지만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편성 관련 국채를 발행할 때 단기채권을 발행하는 등 금리안정 의지를 피력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원화자산 약세 심리속에 채권시장도 안정될 수 없고, 추경편성 관련 수급 부담은 여전하다"고 채권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금융불안은 글로벌 현상이어서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당분간 자체 수급 부담과 외환시장 불안이 채권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3대 금융시장이 환율 급등으로 패닉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전문가들은 환율은 계기일 뿐,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감과 가팔라지는 실물경제 침체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의 금융시장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 환율 1500원이 갖는 의미느 그때보다 양호하다고 말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날과 같은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반복되겠지만 대안없고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일시적인 충격의 연속일 것"이라고 위안했다. 
뉴스토마토 강진규 기자 jin9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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