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벌 총수에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 유전무죄무전유죄의 관행을 끊겠다던 사법부가 1년 만에 뜻을 굽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법부의 변심은 청와대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내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구자원 회장 또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특히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판결은 의외라는 게 법조계 시선이다.
이에 경실련은 12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의 재벌총수에 대한 과도한 감형은 청와대 눈치보기의 결과"라며 "또 다른 재벌총수의 비리와 불법행위 관련한 재판에서도 영향을 끼쳐 사법부의 불신을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와대는 '경제활성화'로 국정기조를 바꾸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포기했다. 올 들어 투자와 고용 창출 목적으로 재계 눈치를 되레 살피면서 이를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경실련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은 청와대의 기류에 편승해 정치적 판단에 따른 판결"이라며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져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총수의 건강 상태와 국가경제 기여 등을 감형 사유로 밝혔지만, 실제 피고인들의 공탁과 변제노력 등에 대해 감형의 무게를 뒀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가경제 기여 등의 감형 사유는 그간 사법부가 재벌 총수에게 일반인과 다른 잣대를 들이댄 주된 근거였다.
경실련은 "재벌총수가 비리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공탁·변제 등을 통해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는 수준인 집행유예로 감형된 것은 공탁과 변제가 수사 개시 전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생존권을 위해 파업에 나섰던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재벌 총수에게는 관대한 사법부의 모습에 국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따른 사법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사법부의 재벌총수 비리에 대한 엄단 의지와 사법정의 실현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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