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골프장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정모씨 등 경기 용인 88컨트리클럽 캐디 4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88컨트리클럽에서 캐디로 일한 정씨는 2008년 9월 경기 진행 관련 문제로 골프장 측과 다퉜고, 골프장 측은 반성하기는커녕 회사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정씨를 제명했다.
회사의 처분에 반발한 동료 캐디 52명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같은해 11월 회사는 이들에게 출장유보 처분을 내렸다. 정씨 등은 회사가 근로자인 자신들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점을 들어 "골프장 캐디는 근로자"라고 판단하고, 정씨 등이 받은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하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은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되, 다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성만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캐디들이 골프장 측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점, 골프장이 이용객에게 캐디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들어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골프장이 이용객을 상대로 캐디피 지불을 강제할 수 없고, 이용객이 캐디피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골프장이 이를 부담하지 않는 점 등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캐디들이 골프장으로부터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근로자 지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골프장 측이 캐디의 근무내용과 시간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을 지휘감독하는 점과 캐디들의 출장 기회는 골프장의 운영 방식에 따라 정해진 점, 캐디피를 캐디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독립사업자로는 볼 수없는 점 등에 비춰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징계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인정되지만, 노조법상 근로사정이 인정된 경우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캐디와 사용자의 사용 관계에 비춰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으나, 경제적 종속관계인 점을 감안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재확인 한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