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동안 조용하던 전력시장 개편논의가 새해부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력시장을 개방해 발전사업자들의 시장참여를 늘리고 전기요금을 올려 에너지절감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주장이지만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지난 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와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등이 공동주최한 '에너지·자원개발 미래전략포럼'에서는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이날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사진)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과 일률적 요금체계로는 에너지절감과 민간투자를 이끌기 어렵다"며 "전력시장을
한국전력(015760)이 독점해 경쟁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 원장은 이어 "전기요금 정상화와 요금 개편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현행 전력시장은 사실상 한전 독점이므로 정부가 실행 가능한 개방일정과 이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말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전력업계는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이번 발언을 그냥 흘려 듣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를 주문한 후 주요 부처 장관들은 직접 산하기관의 혁신방안을 챙기며 저마다 공기업 정상화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성격과 손 원장의 이력을 고려하면 손 원장의 발언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 에너지정책의 골격을 세우는 기관으로 지난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력산업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받았다. 특히 손양훈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까지 있다.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국내 전력시장을 진단한 것으로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말아달라"고 말했지만 올해 수립 예정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한전과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경우 경영을 혁신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에너지가격 인상과 민간 발전사 시장개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전력·가스시장의 효율화와 건실한 수급시장 구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가스시장에 민간사업자의 참여 시키려고 했다가 가스 민영화 논란까지 낳았다.
전력노조 등은 전력시장 개방과 요금인상은 전력 민영화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발전정책연대는 "정부는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 경영을 망치고 공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는 경영 회생을 위한 대책보다 단순히 인력과 예산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만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전력(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전력시장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민영화 논란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서발 KTX에서 촉발된 철도파업과 의료민영화 논란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는 것.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전력시장 개방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발전사의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정책적 조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에 따라 정부가 추가로 추진해야 할 하부 계획(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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