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게임업계와 문화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정치권의 게임산업 규제방침을 질타했다.
게임업계와 문화 시민단체의 공동 모임인 ‘게임규제개혁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중독법)’에 관한 정책연구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최준영 게임규제개혁공대위 사무국장의 사회로 ‘게임중독법 정책연구보고서’의 주요필진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최준호 기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는 시각은 인류가 이뤄낸 문명에 대한 도전과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게임중독법 입법시도를 비판했다.
박 교수는 게임에 대해 본질적으로 인류에게 해악을 주는 마약, 도박, 술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폭력적인 게임도 있는 반면에 무엇인가를 만드는 게임, 교육용 게임도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다른 ‘중독물질’과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놀이문화와 미디어를 발전시켜온 인류 발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5살짜리 내 딸 아이는 책을 너무 좋아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는데, 책에 중독됐다고 아이에게 책을 뺏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책을 유해물질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가져 다른 즐거움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국가의 옳은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동연 교수는 현재 3년째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중인 ‘셧다운제’도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진행한 끝장토론에서도 셧다운제의 무익함이 밝혀진 만큼,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5월 초 헌재에 제출할 것”이라며 “위헌 소송에 참여한 이병찬 변호사를 비롯해 법조계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보고서가 이미 편집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사무국장,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준영 게임규제개혁공대위 사무국장(좌측부터, 사진 = 최준호 기자)
현재 게임규제에 대한 내용이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거 온라인 게임들은 이용자를 떠나지 못하도록 ‘노가다’라 부르는 중독요소를 게임에 반영했지만, 최근 게임트렌드가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 위주로 바뀌면서 중독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줄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사무국장은 “이미 4~5년 전에 제기됐던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며 게임업계가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구상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중독 이슈 같은 과거의 문제 말고 소비자 보호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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