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오는 23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의 핵심은 '재균형(rebalancing)'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이번 오바마 내통령의 순방이 중대 정책 발표 보다는 안보와 경제상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동맹국들과 결속력 강화에 더 중점을 둘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에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의 국립 무슬림 사원 방문, 일본의 과학기술박물관 방문,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타운홀미팅 등의 비정치적 일정도 다수 포함돼 있다.
WP는 "이번에 방문하는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확장될 경우 경제적·사회적으로 역학관계의 변화가 커질 지역"이라며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재정비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담 직후 열린 박근혜 대통령(가장 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자 회담 모습(사진=로이터통신)
우선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일본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TPP 협정에서 일본과 미국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과 일본은 농산물과 자동차부문의 관세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주 양국 정부에서 여전히 협정 체결은 긍정적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통해 TPP 진전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개선도 이번 방한의 주요 숙제 중 하나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3자회담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훈련과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 표명도 관심사다.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북한 및 영토분쟁과 관련한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이뤄지는 이번 순방은 원칙에 근거한 미국의 입장을 다시한번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토분쟁과 관련해서 중국에 어느정도의 견제구를 보낼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일본, 한국, 대만등과 겹치며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과는 남중국해에서 해양경계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 등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이 중국에 얼마나 강한 경고와 견제 메시지를 보낼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앤드류 캐네디 호주국립대 교수는 "과거 10년동안은 미국의 힘이 훨씬 강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힘을 얻고 있어 미국의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순방이 미국에 정치적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용욱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적대적이고 대립적으로 변하지 않게 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아주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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