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기 부양정책 시사에 국채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세계 국채금리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국채 수요로 국채 금리의 저공비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6개월만에 최저치인 2.523%까지 떨어졌다. 독일의 10년물 국채도 1년만에 최저치인 1.37%까지 내렸다.
◇주요국 10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 비교(황색:영국, 청색:미국, 녹색:독일)(자료=월스트리트저널)
주요국 국채금리는 올초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하는 등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제히 상승했으나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는 올초 3%대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모두 2%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독일의 국채금리도 연초에는 2%에 가까웠다.
국채 투자 수익률도 증시 상승률 이상으로 높아졌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미 국채 수익률은 2.18%로 다우존스지수의 수익률 1.7%를 넘어섰다. 다만 S&P500지수의 상승률인 3.4%에는 미치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은 더 높았는데 독일이 3.5%, 영국이 3.17%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는 이유는 미국과 유로존 등의 경제회복세 둔화 우려에 따른 부양정책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부양정책 유지 발언도 잇따라 나오면서 채권시장 강세에 힘을 싣고있다.
이날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영국의 제조업과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서둘러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그동안 경기부양책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율 인상을 위한 부양정책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자넷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주 열린 청문회에서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점도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수 있는 물가상승률은 전세계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어 투자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지난달부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바닥을 딪고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연기금이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도 채권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 버커드 바르놀트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구사회에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연금펀드와 보험회사들이 장기 정부 증권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의 채권 선호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며 채권 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컨설팅업체 메르세르가 지난주 1200개의 유럽 연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 정도의 연금운용사가 채권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스티브 골드만 캡스트림캐피탈 채권부문 매니징디렉터는 "미국의 확정급여형 연금들이 위험 헤지를 위해 주식자산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장기국채는 계속해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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