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그동안 '양자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다시 대화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만남 역시 반올림을 피해자 가족과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위임장, 중재기구 등 기존의 대립점을 두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4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당초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 설립안을 전격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반올림 측은 여전히 중재기구보다는 위임장 없이 피해자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 받아 삼성에 대한 요구안을 관철시킬 계획이어서 사안의 장기화 우려도 적지않다.
16일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반올림이 이달 안으로 복수의 날짜를 정해주면 그 중 (만남이) 가능한 날짜를 정하겠다"며 사실상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피해자 가족들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등이 동석할 예정이며, 반올림은 내부 회의와 가족들의 협의를 거쳐 날짜를 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14일 전향적인 사과와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한 이후 불거진 협상 주체에 대한 혼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 발표 이후 "삼성이 언급한 중재기구는 반올림이 제안한 것이 아니며 우선 삼성과 양자협상에 나선 이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3의 중재기구가 삼성 반도체 이슈에 등장한 지난달 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통해서다. 당시 심상정 의원실은 반올림과의 합동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제3의 중재기구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는 반올림과의 양자협상보다는 심상정 의원실을 포함한 다수의 중재 기관 참여를 원했던 삼성 입장에서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노조 설립, 간접적 경영참여 등 회사에 부담스러운 요구사안을 내걸고 있는 반올림보다는 심상정 측과의 대화가 수월할 것이라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심상정 의원이 '제3의 중재기구'를 제의하자마자 삼성이 비교적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반올림이 이에 적극 반발하고 나서면서 삼성전자, 심상정 의원실 모두 난색을 표하게 됐다.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의 공동기자 회견에서 정식으로 제안된 중재기구 제안을 반올림이 "우리 뜻이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나선 것이다.
반올림이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중재기구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은 반올림이 피해자들과 동등한 지위를 얻어 1대1 협상을 진행하려는 당초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반올림은 이번 이슈를 기반으로 사실상 노조 성격을 띤 '감시단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심상정 의원 측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노동환경 문제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심상정 의원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제3 중재기구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큰 성과다. 하지만 반올림이 심상정 의원을 배제하고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상정 측도 중재기구 설립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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