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미세먼지까지..숨막히는 대한민국
2014-05-16 16:31:18 2014-05-16 16:35:2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대구광역시에 사는 조모씨(32세)는 요즘 일기예보에 보는 습관이 변했다. 예전에는 기온이나 비 올 확률 등을 먼저 확인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부터 본다. 가뜩이나 여름이 해마다 무더워져 한낮이면 덥고 습한 데 이제는 미세먼지 탓에 하늘마저 희뿌옇다. 특히 중금속이 다량 섞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황사바람을 맞으면 혹시 폐나 몸에 안 좋은 영향까지 받을까 봐 더욱 신경이 쓰인다.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지름 10㎛(10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하늘을 뒤덮고 있다. 방진 마스크를 쓴 출근길 풍경이 이젠 해외토픽감이 아니게 됐다.
 
◇대한민국 하늘을 미세먼지가 뒤덮었던 4월16일서울 시내(사진 왼쪽)와 미세먼지가 걷힌 4월30일의 서울 시내(사진 오른쪽)ⓒNews1
 
16일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오염원 관리를 강화하고 국민에 정보제공을 확대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정부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관리대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우선 정부는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2015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상예보의 정확도인 90%에 크게 못 미친다.
 
예보 자체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좋음→보통→약간 나쁨→나쁨→매우 나쁨'으로 분류된 미세먼지 예보제를 운영 중이지만, 예보 단계별로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식'의 단순 행동요령만 제시돼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미세먼지 예보등급(자료=한국환경공단)
 
예보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단계별 예보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모르거나 예보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일이 많다. 이번 종합대책에서도 정부는 국민에 정보제공을 확대하겠다고만 밝혔지 어떤 방법으로 홍보와 정보제공을 강화한다는 것인지는 생략됐다.
 
특히 정부의 미세먼지 경보 발령기준인 'PM1'0은 실효성 논란까지 빚고 있다. 기준이 너무 낮아 인체에 훨씬 위험한 초미세먼지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PM10은 먼지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로 그보다는 PM2.5(먼지 입자의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훨씬 더 위험하다"며 "미세먼지가 PM2.5일 때 미리 경보를 발령해 사람들에게 주의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정부는 중국의 실시간 오염자료를 활용해 예보 품질을 개선하고 수도권 등록 차량의 20%(약 200만대)를 2024년까지 친환경차로 보급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방침이지만, 정부가 미세먼지 오염원 자체를 잘못 판단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쓰지만 사실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보다 국내에서 매연 등으로 생겨난 미세먼지가 더 많다는 것. 전문가들은 중국발 먼지의 영향은 30%고, 화력발전소와 공장, 자동차 매연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대책 중 화력발전소와 공장 등 개별 사업장을 규제하는 내용은 거의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선 기조로 발전소 등에 대한 환경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미세먼지 줄이기 절름발이 규제가 될 우려마저 존재한다.
 
미세먼지 관리 예산도 걱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편성 때 미세먼지 관리에 200여억원의 예산을 배분했다. 환경부 전체 예산 6조3000억원의 315분의 1수준.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 추진사업인 예보시스템 보강에만 약 20여억원이 들어갈 예정인데, 당장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예산이 부족해 미세먼지를 잡고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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