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민주주의에 작별 고하는 '미소의 나라' 태국
2014-05-27 15:00:42 2014-05-27 15:05:07
태국 하면 뭐가 생각날까.
 
예전 같으면 '마사지', '코끼리', 전통무술 '무에타이', '불교유적'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쿠데타'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태국은 '미소의 나라'로 불린다. 예를 상당히 중시 여기며, 모든 인사를 합장하여 하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평화로운 나라는 아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태국여행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태국에 여행 가려고 하는데 요즘 태국 상황이 어떤가요? 시위니 뭐니 해서 정국이 혼란스럽다는데, 여행에 지장이 있나요?"
 
6월4일부터 시작하는 황금연휴와 여름 휴가로 항공편을 예약한 관광객들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도 태국 여행 경보를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해 태국으로 여행을 가려던 관광객들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장고에 빠졌다.
 
태국의 이번 쿠데타는 1932년 입헌군주제 시행 이후 19번째다. '미소의 나라'가 아니라 ‘쿠데타 나라’인 셈이다.
 
태국은 6개월 넘게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왔다. 지난 1일 잉락 친나왓 총리의 실각 이후 친 정부 세력인 레드셔츠가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군부는 반정부 세력(옐로셔츠)과 친정부 세력(레드셔츠)간 유혈 충돌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20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틀 후 쿠데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군부는 쿠데타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인 23일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이달 초 실각한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측근 정치인들을 소환해 구금하는 등 친(親)탁신계 청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각급 학교엔 휴교령도 내려졌다. TV방송 등 미디어는 군에 완전히 장악됐다.
 
암울한 정치불안 상황은 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특히 태국 경제를 받쳐주는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분기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6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감소 폭도 2009년 이후 가장 크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외국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재고하거나 미루겠다고 밝히는 등 실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태국에 대한 경제와 군사협력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이미 큰 타격을 받은 경제와 외국인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태국인의 절대적인 신망을 받던 국왕 조차도 군사 쿠데타를 인정하며 지혜와 총기를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현재 나이는 86세다.
 
레드셔츠와 군부의 충돌로 92명이 사망한 2010년과 같은 유혈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레드셔츠와 옐로셔츠는 빨강과 노랑이라는 색깔만큼이나 선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태국은 향후 누가 총리가 되든 친탁신 정부가 들어서면 옐로셔츠들이, 반탁신 정부가 들어서면 레드셔츠들이 거리로 뛰어나오며 또 다른 반정부 시위를 불러올 수 있다. 두 세력 간의 불신과 대립의 골은 하도 깊어 화해는 불가능한 듯 보인다.
 
현재 태국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군의 신속한 민정 이양이다. 그리고 필요한 건 지금의 위기를 진정시키고 두 개로 갈리진 나라를 통합하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일 것이다.
 
민주주의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가 된 태국.
 
끊임없는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평화로운 '미소의 나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선영 국제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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