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아일랜드의 경기 회복세를 인정하면서도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아일랜드 정부에 정치적 압박감을 극복하고 긴축정책을 고수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가 3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신규 채권 발행에도 성공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긴축이 필수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에 아일랜드 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여전히 공공분야와 민간부문에 부채가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 "긴축 외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명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년까지 재정 적자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20억유로 상당의 예산삭감을 단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긴축 규모까지 제시했다. 세금을 높이고 재정 지출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둘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010년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아일랜드에 675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사진)가 이끄는 연립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초에 열리는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긴축정책을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럽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긴축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후퇴하고 반대 정당들이 약진했던 것을 미뤄봐도 긴축을 고수했다가는 표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재정 적자를 목표치인 3%까지 줄이기 위해 긴축을 고수하라는 EU와 IMF의 요구가 달갑지 않은 이유다.
경기 회복세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는 점 또한 연립 정부의 긴축 의지를 반감시킨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2년간의 경기침체를 털어내고 올해 1.7%, 내년에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일랜드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5년물 국채발행에도 성공했고 지난 6월엔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한 EU 당국자는 아일랜드 경제를 낙관하면서도 "긴축 외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떠한 세금감면이나 예산삭감안이 적용돼서는 안된다"며 "재정 상태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정부가 긴축모드를 이어가면서도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의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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