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한 축구대표팀을 놓고 홍명보(45) 감독의 고집스러운 선수기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팀은 러시아(1-1)와 비기고 알제리(2-4)와 벨기에(0-1)에 패하면서 1무2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이번 1무2패의 성적은 1998 프랑스월드컵과 똑같다. 16년 만에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묘하게도 프랑스월드컵 마지막 상대 또한 벨기에(당시 1-1 무승부)였다.
◇지난 1월 축구대표팀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연습 중인 정성룡(왼쪽)과 김승규. ⓒNews1
27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대표팀과 벨기에의 경기를 지켜본 한 축구관계자는 "경기 결과를 떠나 김승규(24·울산현대)와 정성룡(29·수원삼성)의 경기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면서 골키퍼 기용 방식을 첫 번째 의문점으로 꼽았다.
김승규와 정성룡은 지난해부터 대표팀 소집 내내 경쟁 관계를 이어왔으나 월드컵 직전 가진 평가전부터 정성룡이 대부분 경기를 소화했다.
한때 김승규가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홍명보 감독은 꾸준히 정성룡의 경험을 중시했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 또한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 정성룡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성룡은 러시아전만 반짝했다. 알제리전에서 2번의 실수로 실점하며 지난 시즌의 부진했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알제리전에서 정성룡은 첫 번째 골을 내줄 당시 골대를 비우고 나와 슈팅 각을 줄이는 타이밍이 늦었다. 두 번째 골은 상대의 코너킥 상황에서 전혀 다른 낙하지점에 가 펀칭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 빈 골대에 골을 헌납했다.
경기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축구 게시판에는 '정성룡 1꿀밤'이라며 공과 전혀 다른 곳에서 손을 뻗고 있는 정성룡을 풍자하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경기를 비교하면 김승규와 정성룡 모두 12경기에 동일하게 나서경기당 실점은 김승규(0.7실점)가 정성룡(1실점)을 제쳤다. 이 때문에 브라질월드컵 직전 "골키퍼의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왼쪽부터) 박주영과 알제리의 라피크 할리체. (사진=로이터통신)
박주영(29·아스널)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러시아전에서 이청용의 패스를 아깝게 잡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좋았다는 신호를 보낸 그를 놓고 '0골 0도움 1따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대회 내내 떠돌았다.
박주영은 대표팀 소집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이 됐고 끝내 홍명보 감독의 가장 실패한 선택으로 남았다.
홍명보 감독은 과거의 성적에 근거해 박주영을 선발했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병역 논란에 휩싸였으나 일본과 3~4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이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는 이렇다 할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떨어진 경기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이 "소속팀에서 뛰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발탁했으나 이는 끝내 패착이 됐다.
이번 대표팀의 부진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한 번 대단했던 선수는 계속해서 해줄 것이라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이번 대표팀에서 봤다"며 "경험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새로운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았나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며 자신이 지도한 런던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대부분 활용했다. 2012 런던올림픽 복사판을 보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상 월드컵이 끝나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 마련인데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한 선수 기용과 함께 후반에 공격수를 한 명 더 투입하는 공식을 답습했다.
특히 두 번째 상대였던 알제리전은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의 안일한 경기 운영이 고스란히 나온 경기였다.
알제리는 5명의 선수를 교체해 벨기에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를 펼쳤지만 대표팀은 선수 전원이 첫 번째 경기였던 러시아전과 같은 멤버로 구성돼 똑같은 경기를 했다. 0-3으로 뒤진 후에야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울산현대)을 대회 처음으로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뒤였다.
인터넷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축구 사이트에는 홍명보 감독이 끝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유연한 전략 수립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홍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식으로 스스로 경기 결과에 책임은 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4년 동안 월드컵을 기다린 축구 팬들의 기대는 허탈함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