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제각말 전용면적 135㎡에 대한 3차 경매가 진행됐다. 두 번의 유찰이 있은 후 최저입찰가가 낮아져 10명의 입찰자가 몰렸음에도 낙찰가율은 75%에 그쳤다. 이는 지난 1년간 인근에서 낙찰된 16건의 평균 낙찰가율인 86.16%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낙찰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물론 입찰 경쟁률도 낮아졌다.
특히 중대형 고가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의 경우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며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됐다.
1일 두인경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5.74%로 지난 5월 87% 대비 1.26%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매 건당 평균 입찰자수도 5.93명으로 평균 7명을 웃돌았던 1분기와 비교하면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2012년 2월 86%를 기록한 이후 좀처럼 85% 선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1월 85.16%로 급등한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며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갔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 추이 (자료=두인경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경매 물건이 풍부하고 입찰자들도 많이 몰렸지만 월 초에 연휴가 있는 5~6월 들어 전체 물건 수와 경매 진행 건수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된데다 봄 이사철이 지나고 이른 더위 탓에 통상 여름철로 여겨지던 비수기가 빨라져 시장에 일시적인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만 낙찰가율이 100%를 상회하다 급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품이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낙찰가율이 오른 것은 시장 분위기 영향도 있지만 감정가가 낮았던 것도 한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1번지 강남권의 경우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강남권은 중대형 고가아파트가 많은 까닭에 중소형에 몰린 경매 수요가 확산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고, 뒤늦게 경매 지표가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임대소득 과세 영향으로 낙찰가율이 다시 하락하면서 반등 기미를 보이던 시장 분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점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강남과 서초에 비해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송파와 강동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4월 낙찰가율이 94.27%까지 치솟았던 강남구는 5월 91.16%, 지난달에는 85.69%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초구 역시 지난 5월 91.85%를 기록하며 올해 처음 90%대를 넘겼지만 한달 뒤 다시 86.63%로5.22%포인트 크게 떨어졌다.
반면, 5월 79.81%에 불과했던 송파구는 지난달 85.17%로 5.36%포인트 상승했고, 강동구도 86.19%에서 89.71%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송파가 5.6명에서 7.05명, 강동은 5명에서11명으로 늘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지난달 6일 경매가 진행된 송파구 가락동 가락2차 쌍용아파트 전용면적 84㎡은 입찰 경쟁률 17대1을 기록하며 감정가 대비 95%인 4억7600만원에 낙찰됐고, 30일 경매 입찰에 부쳐진 강동구 둔촌동푸르지오 전용 113.67㎡도 20명의 입찰자가 몰리며 감정가 대비 98%인 7억12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정대홍 팀장은 "강남권은 고가아파트가 많은 만큼 경매시장 회복이 어려웠던 곳"이라며 "다른 지역에 비해 강남권은 투자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계절적 비수기와 더불어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남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저렴하고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강동과 송파의 경매지표가 상승한 것도 임대소득 과세 방침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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