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희귀 난치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에 대한 소장이식이 성공을 거뒀다.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소장이식은 국내 최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이명덕·장혜경(소아외과), 김지일(혈관이식외과), 김상일(감염내과) 교수팀은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앓고 있는 환자 김모(28)씨에게 뇌사자의 소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장간막림프관은 음식으로 먹은 영양소가 흡수돼 몸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확장증은 태아의 신체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림프관 발달에 이상이 생겨 창자와 장간막에 실핏줄처럼 가늘게 구성돼야 할 림프관이 확대되고 흐름이 차단돼 정체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년간 정체되면 복벽 자체의 기능을 잃어 딱딱하게 굳고 염증을 일으킨다.
또 이 질환으로 림프관 일부는 복강으로, 다른 일부는 창자의 점막을 통해 림프액이 새어나간다. 결과적으로 림프성 복수가 복강에 많이 차고, 혈장 성분과 비슷한 진액이 창자를 통해 대변으로 흘러나간다. 특히 알부민 등 대량의 혈장단백질이 유실되는 단백유실성창자병을 동반하게 된다.
김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장폐쇄 수술을 받았고, 2살 때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국내 병원을 전전하다 지난 2009년 1월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이명덕 교수가 진료를 시작했을 때도 김씨는 복수로 배가 차오르는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 교수는 복수를 밖으로 뽑아버리는 것보다 혈관에 도로 넣어주면 영양실조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복강-우심방 레벤션트를 설치해 몇 년간 별 무리 없이 살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감염이 발생해 혈액 내 응고가 일어나면서 위험한 고비를 맞았고, 더 이상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교수는 결국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의 근본적인 치료인 소장이식을 결정했다.
지난 4월20일 김씨는 오랜 이식 준비 끝에 이 교수의 집도로 29세 여성 뇌사자로부터 소장을 이식받았다. 김 씨에게 문제가 생긴 장간막림프관은 소장과 대장 전체에 걸쳐 있었다.
이번 수술에서는 대부분 단백질 유실이 소·대장에서 이뤄지고 장간막에서 누출되므로 소·대장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이 교수팀은 16시간이 걸린 수술에서 공장 10㎝와 항문-직장 15㎝만 남기고 중간의 창자는 모두 절제한 후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연결했다.
김씨는 1일 오전 건강을 되찾고 귀가했다. 앞으로 이식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2주에 한 번 정도 내시경과 조직검사를 받게 되며, 차츰 검사 간격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의 소장이식 사례가 있었지만, 김씨가 앓고 있는 장간막림프관확장증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3년 전 세계학회에 보고된 1례가 전부였다.
이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환자가 한 달 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마찬가지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서 이식수술 후 필요한 면역억제제 사용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은 김씨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과 5000만원 이상의 소장이식 입원치료비를 고려해 자선진료 차원에서 부분 지원했으며, 앞으로 외부 사회복지단체 후원금 연계를 통해 김씨를 도울 예정이다. 지난달 10일에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가 방문해 진료비 일부를 후원했다.
◇장간막림프관확장증 소장이식을 받은 김모씨(오른쪽)와 수술을 집도한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이명덕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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