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담뱃세를 올리고 패스트푸드와 카지노 등에 세금을 붙이는 '죄악세' 도입을 공론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세수확보에 혈안이 돼 규제 완화라는 기조를 자기 부정하고 서민 주머니를 터는데 몰두한다는 지적도 따갑다.
2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에 담배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방식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할 예정이다.
또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 등은 카지노시설에서 발생한 매출액 중 일부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비만인구 급증에 대처하자고 언급한 후 햄버거나 콜라 등에도 세금을 붙이는, 이른바 비만세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이처럼 죄악세를 도입해 담배와 술, 패스트푸드, 도박 등을 억제하려는 명분은 이들로 인한 개인·사회적 피해가 커 조세로써 소비감소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2011년 흡연·음주·비만에 따른 건강보험 비용은 약 7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15%나 됐다. 또 이한구 의원 측에 따르면 미국·스위스 등은 관광자원 이용에 따른 환경오염·소음·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관광세를 부과 중이다.
하지만 죄악세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곧이 믿는 사람은 드물다. 그보다 담뱃세 등은 소비감소 효과가 적고 레저세는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는 담뱃값을 500원 올리면 1조4000억원의 세수가 생기고 술은 출고가의 5%만 높여도 연 500억원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소득역진적인 담배와 술은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가 안 준다는 연구가 더 많다"고 비판했다.
카지노 레저세에 대해서도 태백지역현안대책위원회 측은 "레저세로 카지노 사업자의 수익이 줄면 사업자가 지역에 내는 폐광지역 개발기금이 감소할 것"이라며 "정부가 레저세를 거둬 폐광지역을 돕는 게 아니라면 이 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옹색한 설명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 재정정책 실패와 내수진작 부진,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을 서민 주머니에서 메우려 의도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는다.
지난해 정부는 복지확대 등에 27조원이 필요하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서민 증세론을 주장했지만 1년간 3조원만 거두는 등 효과를 거의 못 냈고 기업 세액공제와 감면조치 등으로 세수부족만 초래했다. 이에 올해 들고 나온 게 죄악세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죄악세 도입은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부터 강조한 규제완화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기부정식 정책으로 도리어 실물경제 혼선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월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외국인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숙박시설 설립규제를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등을 개정했는데, 정작 내국인 출입 카지노와 레저시설에 대해서는 각종 문제점을 거론하며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주류 역시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하우스 맥주를 제조 영업장 외에서도 팔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으며 주류 통신판매 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술이 사회의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소비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담배·주류세는 세수 확보는 가능하지만 과세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적고 레저세는 관광자원 보호보다 중앙·지방의 재원 나누기 식"이라며 "죄악세 도입은 서민 애먹이는 '세재 개악(改惡)'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등은 "담뱃세는 시기적으로 물가연동 차원에서 거론되고 주류세와 패스트푸드에 대한 과세는 기관장의 개인적 견해로 아직 정부 내에서 구체적 방침을 정한 게 아니다"며 "세제 개편 과정에서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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