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KT와 KTF의 합병이 사실상 확정됐다.
KT는 27일 서울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을 승인했다.
이날 주총결의를 통해 회장으로 추대된 이석채 KT 대표이사는 “유무선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KT는 KTF와 합병을 통해 주주가치와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미국 AT&T와 벨사우스를 유무선 통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AT&T는 합병직후 벨사우스의 시가총액만큼 주가가 상승한 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 이동통신 차이나유니콤과 유선사업자인차이나네트콤도 합병법인 출범 직후 꾸준히 시가총액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경쟁사들의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없는 합병승인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무난한 최종승인을 받았다”며,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경쟁사의 합병 반대에 대한 앙금이 아직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KT와 KTF합병은 유선의 지배력을 무선으로 전이시켜 발전적 경쟁보다 소모적 마케팅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산업의 붕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또 관로나 전봇대 등 필수설비 논란을 불러 일으켜 KT진영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공정위나 방통위가 효력이 미미한 ‘조건'을 달아 합병을 승인했다.
통합KT는 앞으로 KTF와 실무적인 합병작업을 통해 인적·물적 통합을 완결하게 된다. 하지만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통합 법인이 망을 공동 관리하면 매출액의 1.5%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심한 경쟁체제 환경을 견뎌온 KTF 인력이 독점적 환경구조에 익숙한 KT문화를 바꾸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같은 발언은 합병을 기점으로 KT가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함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무선통신업계의 절대강자 SK텔레콤 등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어 “사업분야에서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내지 못하면 합병은 별 의미가 없으며, 더 나은 실적을 내기 위해 KT가 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KT는 가장 큰 수익원으로 여겼던 유선전화 가입자가 매일 5000~6000명 이상 빠져나가고, 지난해 4분기는 적자로 돌아서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실적발표에서 매출 등 외연확대를 포기하고 이익률 신장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인터넷전화 시장도 진출하는 등 전에 없는 변화를 모색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통합KT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면서도 “이건 전쟁이다. 조직에는 조직이 요구하는 규율이 있고 회사의 멤버로써 당당한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원이 3만8000명에 이르는 통합 KT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는 대신 실무 현장 배치와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인력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KT는 지금도 연간 100시간 이상의 학습시간을 기본적으로 요구하면서, 자체 교육 뿐 아니라 인재개발원, 외부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합병에 따른 사업목적사항 변경, 신재생에너지사업 추가, 사장에서 회장으로 CEO 명칭 변경 등을 포함한 정관변경을 통과·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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