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로존 민간경기가 16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국채매입 조치가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내년 1분기나 상반기에 국채매입 조치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존 복합 PMI 51.1..16개월來 최저
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지난 11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51.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ECB가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연이어 사들이는 등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음에도 꽁꽁 얼어붙은 민간 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유로존 복합 PMI·경제성장률 추이 (자료=markiteconomics.com)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4분기 경제 성장률은 0.1%에 불과할 것"이라며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새해에는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지난 10월 소매판매가 0.4%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인 0.5%에 미치지 못한 것 또한 경기침체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쳐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목표치인 2.0%에서 더 멀어진 것이다.
◇국채매입 내년 1분기에 도입..관전 포인트 물가 예상치·유가 하락 평가
이처럼 부진한 경제 지표가 줄줄이 나오자 오는 4일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국채매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빅터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도 이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드리가 총재는 "국채를 포함해 자산매입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며 "ECB 정책위원이 만장일치로 비전통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회사채 매입 확대 등의 추가 부양책이 가미될 수 있겠지만, 국채매입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에 단행한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ECB는 지난달 27일 17억400만유로에 달하는 커버드본드를 매입했고 지난주에는 3억6800만유로어치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사들였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스위스 은행그룹 UBS 등 금융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길면 내년 상반기, 짧으면 1~3월 중에 국채매입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쯤이면 부양 효과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이에 따라 ECB의 정책 결정보다는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드라기의 발언을 통해 ECB의 부양 의지를 재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드라기가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버그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시장에 조만간 추가 부양책이 있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기는 물가상승률 예상치와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ECB의 입장도 공개할 예정이다. 종전 회의에서 제시된 내년과 내후년의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각각 1.1%와 1.4%다. 최근의 경기 둔화세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하향 조정될 확률이 높다.
국제 유가 하락 추세에 ECB가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도 관심사다.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 상승률 또한 낮아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로존의 저물가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유가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살아나면서 유로존 내수가 회복될 여지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유가 하락은 국채매입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고 뒤로 늦출 수도 있다.
◇독일, 국채매입 반대 여전..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이처럼 국채매입이 시점의 문제일 뿐 조만간 시행될 것이란 의견이 부각되고 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ECB는 여전히 독일의 반대와 정치적 반대란 산을 넘어야 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국채매입을 단행하면 물가가 지나치게 오를 수 있는데다 각국 정부의 긴축 드라이브 의지를 꺽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CB가 재정 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국채를 사주는 식으로 숨통을 틔워 주면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단될 것이란 지적이다.
ECB 집행위원이기도 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추가로 자산을 매입하려 해도 ECB는 법적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시행하기 어려운 데다 실험되지 않은 경기부양 수법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자비네 라우텐슐라거 ECB 집행위원도 바이트만과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베를린 연설을 통해 "추가 부양 가능성은 낮다"며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의 득실을 따졌을 때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느 국가의 국채를 얼마나 매입할지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유로존 18개 회원국 모두를 포괄하는 ECB가 어느 국가의 국채는 사주고 어디는 배제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채를 매입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로이터폴 전문가들은 국채매입이 단행될 가능성을 50%로 책정했다. 아울러 ECB 위원 중 6명은 국채매입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8명은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한국시간으로 4일 밤 9시45분에 기준 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드라기의 기자회견은 그 이후 10시30분으로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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