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2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들러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중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며 "2013년부터 운영한 건보료 부과체계 기획단의 개선안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이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후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줄어드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그들에게도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연기를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News1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건보료를 소득중심으로 물려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자에게 건보료를 많이 부과하는 것이다. 현행 건보료 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개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했고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컸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확대하고,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 성·연령·자동차 등을 빼는 내용의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또 2013년부터 운영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기획단이 그간 논의한 결과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형표 장관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며 "정책을 신중하게 만들고 조금 더 자세하고 폭넓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며 증세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제2의 증세'라는 말을 들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마련에 부담을 느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국정과제로 추진된 데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빈곤층 건보료 부담을 해결할 방안까지도 손을 놨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즉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 고소득층 증세 등 일부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송파 세모녀' 등 빈곤층의 건보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데, 정부가 증세논란에 지레 겁을 먹는 바람에 원래대로 추진했어야 할 정책까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올 판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개편안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며 "지역가입자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별도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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