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달궈진 분양시장 열기를 타고 올 상반기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과잉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분양 공급과잉→미분양 증가→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보고서에 따르면 청약제도 개편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 효과와 수도권 분양물량 집중으로 분양시장의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분양물량 급증으로 분양가격 상승과 미분양 물량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고시장과 분양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으로 기존 주택가격은 상승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해 전국 분양물량은 30만8300가구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물량까지 더할 경우 총 40만 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2000년 이후 4월 분양물량 추이.(자료=닥터아파트)
지난해 7.24에 이어 9.1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연이어 발표된데다 시장의 발목을 잡던 부동산 3법이 개정되면서 분양시장의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저유가 지속으로 해외건설 시장이 악화된 점도 국내 주택분양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문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청약통장 1순위 요건 완화로 ‘투기성 분양’까지 몰릴 경우 시장의 거품이 한 순간 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분양 공급과잉→미분양 증가→주택가격 급락'의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건설사들은 올해 악성 미착공PF 사업지까지 한꺼번에 쏟아낼 계획이어서 올 연말을 기점으로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올 상반기에 서둘러 분양물량을 털어내는 건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주택 구입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사팀 부장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 지 건설사들 역시 확인이 없기 때문에 서둘러 분양물량을 밀어내기 하고 있는 분위기다"면서 "주택 구매여력이 있다면 집을 사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정부 정책에 떠넘겨져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주시기인 2~3년 뒤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가계부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뒷받침된다면 덜하겠지만, 자칫 무너질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인상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대출 원리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급증하면서 개인파산 등 부실화된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지난 2007년 글로벌 경기침체 때 국내 부동산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미분양이 증가하고, 기존 주택들의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내성이 생겼고, 분양시장에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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