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논란 속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출발시킨 정부는 시장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었다. 그런 정부가 법 시행 6개월만에 흔들리고 있다. 반대 여론과 언론 보도에 휩쓸려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고 있다. 한 이통시장 관계자는 정부에 묻고 싶다고 했다.
"단통법, 자신있습니까?"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올렸다. 약 2주 전만 해도 "안건 상정 계획조차 없다"던 방통위였다. 2주 사이 시장상황엔 큰 변화가 없었다. 단 단통법 시행 6개월에 대한 평가가 쏟아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6개월 평가에서 대부분 단말기 구입비가 비싸졌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이를 대다수 국민의 의견이라고 판단해 상한액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 구입비가 비싸졌다는 불만은 법 시행 이후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통계'로 일관해 왔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계를 보면 요금 절감, 이용자 차별 해소 등에서 단통법이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사실상 페이백이 근절되지 못한 점을 빼면 뭐가 문제인가"하고 반문했다. 그러나 8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지원금 상한액 조정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
방통위는 지원금 액수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영업의 범위를 넓혀줘 합법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즉 과다 리베이트를 뿌리지 말고 법 테두리에서 지원금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SK텔레콤(017670)의 단독 조사건만 보더라도 리베이트는 40만원대에 이르렀고, 유통점에서 현금페이백 등으로 공시지원금을 초과한 액수는 평균 22만원대였다. 유통업계에선 지원금 상한액을 3만원 올린 것은 '턱도 없다'는 반응이다. 33만원까지 이통사가 지원금을 책정할 의무도 없으니 소비자 혜택이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전일 미래부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대폭 높였다. 단통법에선 장기적으로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야 하는데 요금할인율 확대는 방통위의 지원금 상한액 상향과 상충되는 정책이다. 단통법 공동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의 엇박자 행보다.
정부가 단통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여론과 단기성과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미래부 선제결정에 방통위가 따라간 꼴"이라고 꼬집었고 고삼석 상임위원은 "안건 심의에 있어 이렇게 짧게 논의하고 의결을 진행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통법의 취지는 ▲이용자 차별 금지 ▲출고가 인하 유도 ▲가계통신비 절감이다. '내 돈'이 빠져나가는 소비자, 당장의 이해관계자들과 덩달아 정부가 조급해한다면 성과 달성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법 개정보다 보완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땜질 처방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당초 법 제정 당시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이대로라면 4월 국회에서 단통법 개정안 논의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고, 여론은 또다시 들끓을 것이다.
단통법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확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시장은 묻고 있다. "단통법, 자신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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