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서해 경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조준타격’하겠다고 경고하고, 동해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지수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남측의 진정성을 묻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8일과 9일 연속으로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지금 이 시각부터 첨예한 서해 열점수역에서 아군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괴뢰 해군함정들에 대해 예고 없는 직접 조준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9일 오후 4시25분부터 5시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인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발사한 것과 같은 종류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은 이날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도 실시했다.
북한은 4~6월 꽃게잡이철이 되면 서해상에서 ‘조준타격’ 경고를 하는 등 긴장 상황을 조성해왔다. 또 동해 KN-01 미사일 발사와 전략잠수함 탄도탄 발사와 관련해서는 무기성능 개량 상황을 점검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을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점으로 볼 때 대외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요즘 남측이 크고 작은 대화 신호를 보내는 데 대한 북한식 반응이라는 것이다. 남측은 최근 민간단체의 교류를 폭넓게 허용하는 ‘교류확대 선언’을 하고, 5·24 조치 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비료 지원을 허용한 남측을 향해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의지와 의도를 떠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작년 10월에도 2차 남북 고위급접촉 개최를 합의한 후 대북 전단 문제를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남측의 대화 의지를 떠본 적이 있다. 당시 고위급접촉은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9일 북한이 위협 발언을 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한편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잠시 조우하기도 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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