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탁고 반토막에 이어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이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의 냉랭한 반응을 엿본 기관투자가들의 조기 자금 회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공시한 맥쿼리투신운용의 지난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매출액은 179억350만원으로 전년(227억9904만원) 대비 21.5% 줄었다. 특히 징계에 따른 과징금과 대손충당금으로 같은 기간 206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당기순익(64억4589만원) 대비 무려 420% 정도 감소한 것이다.
맥쿼리투신운용 측은 "금융감독원의 부문검사 결과 징계조치로 인한 운용수수료의 감소와 영업권 손상차손 등의 영업외 비용이 인식된 결과"라고 밝혔다.
전 ING자산운용 당시 발생한 금융당국의 채권파킹 제재 여파다. 지난해 11월말 금감원은 채권파킹 혐의를 적발하고 3개월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처분 조치를 내렸다. 이후 펀드 수탁고는 절반 넘게 빠져나갔다. 지난 연말 20조원에 달하던 펀드 수탁고가 금감원의 제재 방침 이후 10조원 아래로 줄어든 것이다.
회사는 서둘러 영업력 강화를 앞세우며 사태 봉합 작업에 들어갔다. 저금리 기조와 시장 회복 시점에 맞춰 회사의 기초체력 보강에 나선 것이다. 리스크 관리 작업에도 만전을 기했다. 일찌감치 최홍 전 대표의 사표를 수리하고 리스크담당 전무였던 리스크매니지먼트 출신의 칼 자콥슨 대표를 선임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최근 한 기관투자가가 그동안 맥쿼리투신운용에 위탁한 약 2조원 규모의 투자일임계약을 해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 기간 영업력 회복이 힘들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이 그런 징계를 받았다면 1회성 비용이라 큰 문제가 없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자산운용업은 다르다"며 "각 기관의 규정에 따라 일임계약을 해지하거나 회수하는 등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업은 증권사처럼 자기투자를 하는 게 아니어서 자기자본금을 보수적으로 쌓아두는 업이기 때문에 무너질 염려는 않아도 된다"며 "물론 턴어라운드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사시작과 동시에 여러면에서 쇄신에 나섰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일이 길게 소요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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