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의 양대축인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불통이 심상치 않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와 가뭄 등 국가적 위기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권의 고위급 대화채널인 당·정·청 회의가 지난달 15일 이후 40여일 가깝게 열리지 않고 있다.
당초 당·청은 지난 2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취임 이후 고위 당·정·청 회의 등 고위급 정책조정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 처리과정에서 야당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당의 협상방식에 청와대가 불만을 가지게 됐고, 쌓이던 불만은 지난 5월 28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개혁과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시켜 통과시키자 폭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일 “이런 분위기 하에서라면 당정이 국정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당정협의 회의론’을 내세웠고, 당이 3일 제안한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도 거부하는 등 소통을 단절했다.
당·청의 불통은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연기 결정 발표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연기를 결정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연락한 것은 오전 8시경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진행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체면을 구겼다.
일단 당은 당·청대화 재개에 발벗고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9일 대정부질문 참석 차 국회를 방문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를 만나 “당·정·청 관계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빨리 정상 가동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김무성 대표는 22일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가 분열되면 나라가 어려워진다. 청와대하고 우리하고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갈등을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야지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청대화를 당장 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당 지도부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 그런 일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당·정·청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그런 이야기는 접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얼어붙은 당·청관계는 국회에도 직격탄이 됐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경제활성화 법들은 ‘올스톱’했다. 25일과 다음 달 1일 단 두 차례 본회의만을 남겨둔 6월 국회가 빈손국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은 모두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산업재해보상법 개정안은 법사위 제2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크라우드 펀딩법)과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야당이 법안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제민주연맹(IDU)당수회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자리로 이동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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