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3파전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금융당국이 1~2곳에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라 제각각의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보기술(ICT)업체와 은행, 제2금융권 사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ICT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먼저 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컨소시엄에 국민은행이 합류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가고 이어 국민은행이 10%, 다음카카오가 10%(의결권 은 4%로 제한)를 갖기로 했다.
기업은행(024110)도 인터파크 SK텔레콤 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교보생명 KT 컨소시엄과 지분 비율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잠정 보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기존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고도화에 주력하고자 한다"며 "이번 컨소시엄 참여가 아니더라도 다음에도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초 한동우
신한지주(055550) 회장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차별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아직 기한이 남은 만큼 지방은행들도 추가로 가세할 수 있다. BNK, DGB, JB금융지주 등 지역거점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갈망은 누구보다 강하다.
이런 가운데 벤처기업인 500V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연합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사 참여는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30일과 10월1일 이틀간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올해 말까지 1~2개 컨소시엄에 시범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현재까지 은행권 3파전 양상으로 띠는 가운데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따내려는 이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사실 전반적인 환경이 기존 은행권의 참여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에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하지 말라고 선을 긋고 있고, 실제로 은행의 지분율 참여도 10% 내외로 제한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먼저 컨소시엄을 이룬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름이 카카오뱅크나 인터파크뱅크로 불리는 것도 ICT기업 위주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될 경우 현재 보유 지분 4%의 ICT기업이 대주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상징성은 크다.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된다면 핀테크 선도은행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다음 인가가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나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해 일찌감치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모바일뱅킹을 통해 서울보증보험과 손을 잡고 중금리 대출상품을 팔고 있다.
다만 연내 진행될 수 있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고려하면 현재 KT, 교보생명과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논의에는 변수가 많다. 국민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에서도 참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체적인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고심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인데 1금융으로서는 시장 활성화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시중은행들은 자체 신용평가를 통한 중금리대출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으로서도 참여지분이 많지 않아 테스트베드 측면에서 사업성을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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