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032640)에 대한 다단계 판매 제재를 결정하면서 방문판매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사이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당분간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단계 판매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단통법을 위반한 LG유플러스에 과징금 23억72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다단계 유통점에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 100만~150만원씩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의 다단계 유통점 영업확대를 통한 가입자 급증 등으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4월부터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조사대상 기간 중 LG유플러스는 8개 다단계 대리점에 대해 일반대리점보다 요금수수료를 평균 3.17배 높게 차별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 관련 4개 다단계 유통점은 이용약관과 별도의 우회지원금을 제공했다. 특히 일부 판매자에게는 특정단말기와 고가요금제에 대해 차별적으로 높은 우회지원금을 제공하면서 LG유플러스의 차감정책과 연계해 특정기간 이내에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나 요금제 관련 이용을 제한하는 개별계약을 체결했다.
우회지원금 건수는 총 1565건에 평균 지급액은 5만3900원으로 집계됐다.
방통위는 그러나 다단계 판매원에 대한 제재는 내리지 않았다. 다단계 판매원 대부분의 수익이 미미하고, 단통법 시행에 따른 판매원의 법적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이동통신사를 통해 통신판매사 교육 및 사전승낙을 받도록 했다.
이날 전체회의의 쟁점은 방문판매법과 단통법이 충돌할 때 어떤 법에 기준을 맞출 지에 모아졌다. 방문판매법에서는 다단계 판매가 합법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사례처럼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단계 판매를 하면서 우회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이용자 차별 행위를 한 경우에는 단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여기서 문제는 단통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이같은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인 다단계 판매를 금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때문에 방통위도 방문판매법과 단통법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원금 과다지급, 우회지원금 유도, 차별적 지원금 등 이러한 행위들 때문에 다단계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다단계 판매가 이동통신 시장에 적합한 방식인 지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방통위가 의견을 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다단계 판매원이 사전승낙을 받는다고 해도 그 승낙제를 일반 매장처럼 공표할 수도 없고, 단통법이 정한 지원금 공시도 할 방법이 없다"며 "다단계는 단통법의 기본인 투명성과 공공성이 전혀 없는 판매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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