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금이 부채관리 골든타임
2015-09-23 10:56:00 2015-09-23 10:56:00
작년 하반기부터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가계빚 급증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비수기(1~2월, 7~8월)에도 가계빚 '고공행진'은 꺾일 줄 몰랐다. 연 1.5%까지 낮아진 초저금리에 부동산완화 규제가 확실히 불을 지폈다. '빚내서 집 사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을 찾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관련 통계들을 뜯어보면 '빚내서 집 산다'는 옛날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택담보대출 추가대출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하고 있고, 담보대출 한도가 초과된 가계는 마이너스통장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156조7000억원으로 불었다. 8월이 휴가철인 계절적 요인을 포함하더라도 작년 1년동안 늘어난 1조9000억원과 맞먹는 수치다. 또 올해 8월까지 마이너스대출은 3조5000억원 늘었는데 작년 1년동안 증가한 1조9000억원의 2배다. 아무래도 저금리에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동반 하락하면서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통계로 잡히지 않는 '숨은 가계빚'도 급증세다. 숨은 가계부채로 지목되는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만 20조4000억원 폭증했다. 이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생계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또 실제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쓰는 경우도 있어 대출규모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내수부진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마이너스대출이나 자영업자대출의 질이 현저히 악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빚 급증세를 주도했는데 숨은 대출까지 늘어나면 질적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나 신규 대출자들이 담보 없는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늘릴수록 이자 부담이 커져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들은 일반 가계보다 부채 규모가 큰 만큼 향후 금리가 오르는 등 위기 발생시 빚 상환 부담이 더 커진다.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다. 일단 이번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시기가 유예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하는건 아니다"고 선을 긋지만 시차만 있을 뿐 금리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는 "미국 연준의 금리유지와 관련해 당분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 도움은 금리 인상에 대비할 추가 시간을 얻었다는 데 있다. 금리가 오르면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부채 위험군에서 위기가 시작된다. 취약계층의 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유예된 시간(골든타임)을 허투로 보내면 정말 위기가 온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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