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업 부실 규모가 급증한 원인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을 지체시키고,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긍정적일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국책은행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며 "기업구조조정 기능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DI가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일반 은행에 비해 워크아웃 개시 시점이 늦었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은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으로 식별된 시점보다 평균 1.2년 빨랐지만 국책은행의 경우 평균 1.3년 늦어 일반은행보다 구조조정을 평균 2.5년 지체시켰다.
이는 부실이 감지되기 시작한 기업에 국책은행이 자금지원을 늘리면서 구조조정 시점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업 회생에 의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의 총차입금 가운데 한계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비중은 2010년 4.6%에서 2014년에는 3배 수준인 12.4%로 급증했다.
국책은행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개시 이후 3년 이내에 70% 정도가 자산 매각을 실시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에는 자산 매각 실행이 절반도 채 안되는 33%에 그쳤다. 구조조정 강도도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워크아웃 기업이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워크아웃 기업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미약했다.
이에 KDI는 기업구조조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역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이 채권단의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구성이 복잡한 대기업과 상장기업의 경우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주도할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지나치게 확대돼있는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켜 금융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은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는 한편 대기업보다는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남창우 KDI연구위원은 "부실화된 중소기업은 채권단 구성이 대기업보다 단순하고 구조조정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을 뿐 아니라 부실기업 매각시장도 형성되어 있지 않아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역할이 필요한 부문"이라며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과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들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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